brunch

마리화나 공화국

별 다섯 프리스쿨(D45)

by Esther Active 현역


뉴욕에 가면 찐한 마리화나 냄새를 맡게 되고 우리 뇌는 그 냄새를 기억한다. 그 특이한 냄새는 어린아이들도 기억해서 주변에 마리화나를 피는 사람이 있으면 어린아이입에서 "뉴욕 냄새가 나"라고 한다. 총 50개 주중 24개 주에서 담배와 같은 기호품으로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고 38개 주에서는 의료용으로 사용이 합법화되어 있다. 뉴욕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큰 아들을 보러 갈 때마다 겸사겸사 MoMA(The Museum of Modern Art)를 들러오는데 그 지독한 냄새와 더불어 지독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약에 찌들지 않은 영혼을 만나기 점점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대통령 후보 도날드 트럼프는 " In a good and clean way"를 외치며 마리화나 합법화 확대를 이야기한다. 일부 흑인 동네를 제외하곤 나름 마리화나 청정 지역에 살았던 나는 요즈음 심심치 않게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뉴욕 냄새를 맡는다. 최근 삼사 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처음 미국에 이민 왔을 때는 뉴욕도 지금과는 달랐다. 도시 전체가 좀 더럽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공해 수준의 마리화나 냄새를 뿜어내진 안았다. 하지만 지금의 뉴욕은 마리화나 천국이 되었다. 그리고 뉴욕 냄새가 어느 날부터 우리 동네에도 나기 시작했다. 간단한 저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바로 옆 푸드 트럭에서 사고 맥주를 한잔 시켜 함께 먹을 수 있는 Bar에서는 요즈음 핫하다는 CBD Cider라는 것을 파는데 이게 마리화나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주에서는 유통을 통제하고 내가 사는 주와 같은 곳에서는 유통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마트에서는 팔지 않지만 몇몇 소매점이나 Bar에서 판다. 마리화나나 마약이 이처럼 흔하게 사용되는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두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서서히 스며들듯이 미국의 이런 Drug 문화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날이 올까 두렵다. 이런 곳에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것도 두렵고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을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에서 홀로 살게 놔두는 것도 두렵다. 그러나 어떻게 아이들 24시간 감시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스스로 분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밖에. 그런데 스스로 분벽력을 가지도록 가르친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

또 하나 두려운 것이 있다. 5 세반 중 한 반을 맡은 L과 R 두 선생님은 오랫동안 한 팀으로 일해왔는데 이들이 오랫동안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구심점 또는 둘의 공통점은 레즈비언 중고등학생 딸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 고학년 때 이미 커밍 아웃을 했고 이 두 선생님은 코스튬을 입어야 하는 날에는 무지개색 옷과 장신구 모자등을 사용해서 자신의 딸을 지지한다는 소견을 밝힌다. 처음 그 딸들을 봤을 때 난 큰 충격에 빠졌었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내가 이런 문화에 동화되어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다.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로서 그것을 인정하고 당당히 밝히는 것 더 나아가 그들을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냄새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로 우리 주에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느냐 마느냐도 결정될 것이다. 정말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해야 구별된 삶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