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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공

잔손질이 많이 요구되는 섬세한 기술

by Esther Active 현역

큰 외삼촌은 6.25 때 미군 통역 장교였었다. 180의 키에 이국적 외모를 가진 외삼촌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법대를 졸업해서 일본어에도 능숙했을 뿐 아니라 영어에 와 중국어에도 능했었단다. 훈남 외모에 능력까지 갖춘 장교였으니 거의 모든 통역 장소에 나타나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도왔단다. 전후 어려웠던 한국의 정세를 고려한다면 얼마나 섬세한 통역이 필요했을까 싶다. 그런 외삼촌은 재력이 상당했던 처가 덕이었는지 당시 상당한 재력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이러저러한 경로로 남보다는 돈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게 돼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해본다. 하지만 화려한 수준의 삶을 살았던 외삼촌은 지인에게 엄청난 금액을 빌려줬다 몽땅 뜯기고 그 원금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평범한 수준의 삶을 살다 돌아가셨다. 신앙인으로서 큰외삼촌 부부가 얼마나 큰 경제적, 영적 짊을 짊어지고 사셨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돌아가신 엄마 말에 의하면 친한 건축업자한테 큰돈을 돈을 꾸어주었었는데 처음부터 아예 떼어먹으려고 작정을 하고 사기를 친 것이라고 했다. 4개국의 미묘한 언어 차이를 잔손질 해가며 통역하는 언어 세공사가 그것도 똑똑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가 한국 사람한테 그것도 친한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으니 얼마나 바보 같게 느껴졌을까 싶다. 물론 돈을 빌려주었다는 메모 비슷한 것을 받았었다지만 사기꾼한테 그게 무슨 대수랴. 그냥 먹고 튄 거다.

오늘 아침 성경말씀 가운데 디모데가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에게 금전적으로 해를 입은 정황의 내용이 나온다. 지금이야 돈이라는 것이 크레디트 카드로 다 들어갔고 은행에서 은행으로 숫자만 +-되는 돈이라 좀 더 투명해졌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허가한 세공업자가 금화도 만들고 은화도 만들고 구리돈도 만들었던 시대였으니 세공업자가 곧 은행이지 아니었는겠는가? 그런데 그런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가 중간에 돈 장난을 친 듯 보인다. 어쩌면 고리대금업을 사이드로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성경에는 그냥 세공업자로만 표기되어 있으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행간을 읽다 보면 어떤 이유에서 바울의 겉옷이 빼앗긴 정황이 나온다. 바로 뒤에 그의 겉옷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당시 겉옷은 유일한 옷이자 저녁에 덮어 추위를 이기게 해주는 이불이었기에 낮에 돈을 빌릴 때 옷을 담보로 빌렸고 행여라도 저녁때까지 돈 상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상환 여부와 상관없이 돌려주는 게 당시 상식인데 누군가 디모데의 옷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형편이 어려워 굶는 장발장의 빵정도의 절도라면 용서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만은 구리 세공업자인 알렉산더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에게서 돈을 꾸었고 그 옷을 찾기 위해 갔는데 되찾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디모데는 "내게 많은 해를 입혔으매 주께서 그 행한 대로 그에게 갚으시리니 너도 그를 주의하라"라고 하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세공업자 알렉산더는 세공하는 일에도 섬세한 손재주를 부렸지만 남을 해하는 일에도 꽤나 부지런한 섬세한 손놀림을 한 듯 보인다.

돈의 유혹이라는 것이 돈이 있고 없고, 믿음이 있고 없고 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를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금전으로 인한 여러 모양의 추가 피해로부터 얽히고설킨 책임 소재에 관해서도 믿음의 유무와 상관없음을 디모데와 함께한 믿음의 동역자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디모데는 인간적으로 상황을 풀어내지 않았다. 위에서 하나님이 그의 억울함과 고통과 어려움을 풀어주시길 원했듯이 "내가 처음 변명 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라고 하면서 용서와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취한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돈의 유혹은 많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부모님 안부에는 1도 관심 없는 배다른 큰오빠가 재산 분배를 요구해 왔을 때 나는 아주 날카롭게 말을 갈고, 닦고, 연마해서 정밀하게 세공하여 그에게 분배된 재산이 아주 불명예스러운 돈이라는 점을 3장에 걸쳐 명시해서 보냈다. 물론 그 뒤론 영원히 등을 지게 된듯하다. 신자로서 결코 옳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오늘 말씀을 읽으며 되돌아본다.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 하고 정 그들의 불효가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면 "주께서 그 행한 대로 그에게 갚으시리라" 하고 돌아섰었어야 했다. 난 왜 그리 저주의 말들을 세공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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