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활동의 관건은 돕는 이
얼마 전 탈북민이 나와서 북한에서의 삶을 소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들은 외부 세계와 전혀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부분의 평범한 북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외부 세계에의 노출이 당연한 고위 간부이거나 해외 근무 경험자이거나 외부와의 교류가 가능한 직업이나 지역, 환경 등에 놓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정치적으로는 일인 공산 독재 국가요 문화적으로는 퍠쇄된 유교적, 불교적 잔재가 남아 있는 집단이어서 목숨을 건 다른 세계에서의 삶을 동경한다는 것이 흔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유 세계와의 접촉 또는 노출된 사람들은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살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제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북한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봤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왔던 건 세계 최상급의 북한 해커들의 실력 이야기였다. 이들의 실력은 사이버 공간에서 조용히 벌어지지만 한 국가나 산업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온라인 구인 구직 사이트를 통해서 위장 취업, 침투를 하는 정황이 포착될 만큼 우리 근처에 가까이 와있다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화이트 해커들이 소개되었는데 평범한 우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첨예한 첩보 활동과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관학교를 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은 정확히 자신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잘 모른 채 대학을 준비해야 하는 11학년 9학년 두 아들을 둔 학부모로서 AI가 대체할 미래 직업군을 피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전공과를 찾아야 했기에 이 프로그램은 더더욱 유익했다. 본인들이 원하는 진로는 다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는 분야가 바로 보안인 듯 보였다. 더구나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리고 점점 더 자국 국민, 산업, 정부, 국가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막아야 다른 나라로부터의 경쟁력을 지켜 미래의 먹거리를 지켜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주변에도 사이버 보안 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은 사업을 확장시키거나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보이는데 비해 다른 분야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듯 보이니 말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력 중에서도 의사 간호사 그리고 개인정보나 의료기록 등 보안에 해당하거나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이 대규모 레이오프를 당할 위기에 있고 그들 대신 AI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성경 말씀 속에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서 주시기로 한 가나안 땅 여리고성에 정탐꾼을 보낸 여호수아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이나 2천 년 전이나 보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는 듯하다. 여호수아는 모세를 이은 다음 지도자로서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입성시켜야 할 의무를 진 사람이었다. 미래 먹거리가 절실했다. 그런 그가 성을 함락시키고 주민을 이주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너무도 명확했다. 오늘 날로 말하면 해킹, 과거로 말하면 침투, 염탐, 정탐... 그는 해커들을 시켜 가나안 땅을 침투 정탐했다.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침투 작전에 가장 중요한 건 현지에서 돕는 사람이다. 현지 사정을 잘 알면서도 나에게 우호 적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호수아에게는 라합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천하디 천한 신분의 여자였지만 그 여자는 시대의 흐름을 분별할 줄 아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었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 노출을 통해 하나님을 알았고 새로운 세상을 동경해 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때가 왔을 때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호수아의 정탐꾼을 쫒는 추격군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그녀는 새로운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목숨을 보전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아들들이 미래에 어떤 먹거리를 목표 삼아 어느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나도 그들도 모른다. 다만 이 시대의 흐름을 잘 살피면서도 때가 이르렀을 때 행동할 수 있는 행동가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삶이 영적 전쟁터인 것을 감안할 때 때로는 그것이 목숨을 건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앙인으로서 목숨 건 싸움을 싸울 때 돕는 이를 반드시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때를 분별하는 안목을 허락해 주실 것을 간구한다. 나의 삶을 흔들어 놓는 영적 해커들의 공격으로부터 나와 나의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내게는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앞으로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신앙인으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할지 아는 것도 나의 의무이다. 오늘도 정탐을 나가자!. 돕는 이를 만나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