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에 구현된 형평성

미국의 현재 키워드 어포더빌리티(Affordablity)와 공평

by Esther Active 현역

크리스마스전 주 금요일에 미국은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 일월 첫째 주 월요일 보통은 2일이나 3일에 개학을 하니 두 주가 조금 넘는 한국에 비해 다소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여행도 하고 먼 곳의 친척을 방문하기도 하고 그동안 못한 낙엽입을 치운 후 휴식하기에 적당한 시간의 길이이다. 학교에서는 보통 겨울 방학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학부모로부터 받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쇼핑몰등에 관한 정보를 미리 써놓으면 그곳 또는 타깃 기프트 카드등을 받는다. 해마다 그 금액과 종류가 조금씩 달랐지만 올해는 확실히 어포더빌리티(Affordablity)가 문제가 된듯하다. 금액면만으로 보면 십 분의 일정도로 줄었다. 보통은 우리 반 학부모회 엄마가 반 전체로 돈을 걷어 큰 금액의 기프트 카드를 선물한다. 이 돈은 대부분은 내가 하고 싶은 특별한 Arts and Crafts 물품을 사는데 다시 사용된다. 특이한 재료를 사용할 땐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각각의 부모가 따로 기프트 카드나 선물을 보내는 게 관례처럼 되어있었는데 금년에는 각각의 부모가 검소한 수준의 선물과 땡큐카드가 전부였다. 학부모회 선물은 없었다. 내가 쓸 Arts and Crafts예산이 100% 삭감되었다는 뜻이다. 오르는 물가와 세금, 실업 문제 때문에 그들도 살기가 어렵고 나 또한 살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래도 사립이라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공립고등학교에서 수학 선생님으로 근무하시는 어느 분이 그러셨다. 정부 예산 삭감으로 심지어 복사물 나눠줄 종이도 학교에 제때 공급되지 않아 자기돈으로 종이사고 잉크사서 프린트해 나눠준다고. 이런 와중에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은 한 달을 아예 비워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긴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는 분은 아침에 전용 비행기로 텍사스에 들러 텍사스산 스테이크로 아점을 드시고 주변에들러 사업상 필요한 일을 본 후 버지니아 스키리조트에 들러 몇 날 며칠이고 질릴 때까지 스키를 즐기시다 전용 비행기로 내려오신다. 이분의 와이프가 한국분인데 한국 남편과 이혼 후 웨이트리스로 고생고생하며 아이 둘 키우다 이 백인 남편 만나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고 우린 말한다. 이분의 구매능력이 무의미해졌다는 이야기이고 이 가족에게 구매능력은 남의 나라 이야기란 뜻이다. 의료, 미용, 레스토랑, 레저 시설등이 다 들어가 있는 시니어 타운을 이곳저곳에 몇 개나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부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부자 말고( 이분은 내게 선물을 주지 않을뿐더러 줄 이유가 전혀 없는 분이다) Affordablity가 유의미한 한 가족의 선물을 소개하려 한다. 이 가족은 올해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텍사스에서 이사 온 고등학교 부부선생님과 두 아들이다. 바로 옆집이 우리 학교 Director 집여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 학교에 막내아들 월터를 보냈고 우리 반이 되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샴페인 한 병과 삼폐인을 더 달콤하게 마시게 할 Wild Hibiscus in Syrup , 초콜릿 한 상자를 보내왔다. 나열하고 보니 전혀 겸손하지가 않다. 예전의 선물에 비하면 나의 체감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리고 난 초콜릿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게 미국이었는데 어쩌다 미국이 이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초콜릿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나름 유명한 초콜릿이다. 그 메시지가 강력해서. 바로 Tony's Chocolonely다. 현대판 노예 없는 카카오 산업을 Fair Trading을 통해 구현하려는 창업자의 형평성 의지 메시지가 구매단계뿐 아니라 초콜릿 디자인에도 담겨 있다. 이 초콜릿의 은박 포장을 열어보면 각각 다른 크기의 초콜릿 조각 세상이 펼쳐진다. 독식이라면 아무 문제없지만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는 큰 조각을 먹게 되어있고 누구는 작고 네모난 조각을 먹게 되어있다. 크고 긴 두 조각은 왠지 신이 선사한 근사한 선물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연상시키고 작고 네모진 조각은 이 회사의 카카오 산지 가나 혹은 코트 디 브루아르를 닮았다. 브랜드 이름에서도 보면 알겠지만 이게 얼마나 외로운 길인지 알게 된다. 외로울 거다. 세상은 온통 평등한 조각 또는 똑같은 크기와 무게로 이뤄진 허쉬 초콜릿의 세상이니까. 적어도 미국에서는 말이다. 우리는 한 사람당 똑같은 양을 주어야 공평하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민생 지원금을 일인당 얼마씩 똑같이 나눠 주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건 공평이 아니다. 그건 평등이다. 그러나 초콜릿 세상처럼 우린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삶은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다소 부족한 이에게는 덜 걷거나 더 주고 다소 넉넉한 이에게는 더 걷거나 덜 주는 게 형평이다. 우리는 형평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공평함을 이루려고 한다. 초콜릿 바 한 개가 내게 평등과 형평과 공평을 묻는다.


사실 내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는 공립학교 교사의 임금 수준은 50개 중에서 45-47위를 달리는 최악의 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급격히 몰렸던 이유 중 하나는 전국 1위의 주립대학 University of North Carolina가 있고, 중남부의 하버드 Duke가 있으며, 강력한 공대를 갖춘 NC State University가 있고, 의대가 유명한 Wake Forest 대학등 수많은 대학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립대가 그렇듯 등록금이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집값마저 싸고 재산세율이 싸니 연소득이 높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소득해 준하여 대학 등록금을 달리 내는 형성평 있는 대학 등록금 시스템이 있으니 자녀가 있는 가정이 이사오지 안 올이유가 없었다. 적게 벌어도 적게 쓰게 되며 대학 갈 때 적게 내면 되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값은 미친 듯이 올랐고 실제로 내가 사는 집도 산지 5년 만에 120% 상승했다. 물론 감정 평가액도 늘어 그만큼 보유세 부담이 늘었지만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등에 비하면 여전히 싼 편이다. 거기에 전기세, 자동차 보험료 등이 저렴해 위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흐름이 시작되었고 그 흐름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고 세를 감당하고 실업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데다 학자금 대출 이자 상승, 학자금 지원 취소 등 이들이 바라봤던 Affordablity가 무너졌다. 소득이 적으면 장학금과 대출을 저리로 더 받게 해 대학이나 특정 대학원 교육을 저렴하게 미칠 수 있었던 교육 기회의 형평성이 무너졌다. 관세로 걷어들인 돈을 인당 2 천불씩 평등하게 나눠 주겠다고 외치지만 이것으로 퉁치기엔 너무 늦은 듯 보인다. 미국은 아직도 형평성을 통한 공정을 갈망하고 있다. 아직도 시내 곳곳에선 No King Parade가 진행된다. 미국은 Tony's Chocolonly처럼 형평성에 맞춰 다른 크기의 달콤한 초콜릿 조각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미국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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