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한 달 26일 노동에 월 375만원

탕후루 고용 조건을 '산수'로 검증해 보면서 든 씁쓸한 생각

by 신형준


서울 강남에서 ‘탕후루’라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서 구인 공고를 냈는데, 네티즌들이 갑론을박 중이라네요.

공고를 요약하면, 오전 11시~오후 11시, 주 6일 근무, 월급은 375만 원이랍니다. 근무는 1년 이상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네요.


도하 언론이 기사를 쏟아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12572?sid=102


기사에 딸린 댓글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주 6일 하루 12시간 일하면 몸 그냥 망가진다. (혹자는 ‘노동 착취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2. 어디 가서 월 375만 원 벌 수 있나 봐라. 쉽지 않은 액수다.


일부는 ‘조건에 맞으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지, 왜 방구석에서 난리들이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우선, 기사에서 팩트 하나만 정정합니다.


대부분의 기사가 ’먼저 보도된 기사‘를 검증 없이 베낀 탓인지 시급이 1만3000원 꼴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1만2000원에 가깝습니다.


1년을 365일이라고 하면, 한 달 평균은 30.42일입니다. 주 6일 근무라고 했으니, 한 달이면 최소 26일 일한다는 뜻입니다. 26일 X 12 시간 = 312시간입니다. 312시간으로 375만 원을 나누면 1만2천19원 정도입니다.


한데, 시급을 계산할 때면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1. 현행 노동법상 주 40시간 일하면 주 48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8시간 노동분을 초과 지급하는 것은 ’주휴보상수당‘ 규정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주 40시간을 일하면, 실제 노동 시간의 1.2배를 급여로 주는 것입니다.


2. ’일반적으로‘ 야근이나 휴일 근무, 혹은 주 40시간을 넘는 초과 근무 때는 ’평상적인 수당‘보다 시급을 더 쳐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탕후루는 이 모든 조건에 해당합니다.


자, 과연 저 직장은 월급이 많은 것일까요, 적은 것일까요? 우선, 명확하게 계산부터 해보지요. 아주 러프하게 ’일반적인 경우‘로 월급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치겠습니다. 그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주 40시간을 일하면, 48시간 근무한 것으로 돈을 받을 겁니다.(물론 주 40시간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편의점주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시간을 쪼개지요. 주 40시간 일 시키고, 48시간 인건비를 줄 수는 없으니.)


이러면 한 달에 대략 170시간 정도 일하는 것입니다. (주 40시간 근무 X 4주, 이러면 160시간인데, 여기서 하루나 이틀을 더 일해야 한 달이 됩니다. 그래서 한 달 170시간이라고 가정한 겁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실제로는 170시간을 일하고, 월급은 대략 204시간(실제 일한 시간 X 1.2=최저임금 실 수령액)에 해당하는 돈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곱하면 됩니다.


탕후루의 채용 조건은 ’1년 이상 근무‘였으니, 최저임금 역시 23년도 최저임금인 9620원과 24년도 최저임금인 9860원의 평균값인 9740원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9740 X 204시간 =198만 6960원입니다.


즉, 편의점이든 어디든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오전 9시~오후 5시(점심 시간은 없다고 침. 알아서 드세요~) 주 5일, 실제로는 월 170시간 정도 일을 하면 월 198만 6960원을 받는 것이지요.


한데 탕후루의 실제 노동 시간은 312시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월 142시간을 더 노동하는 셈입니다. 40시간 일을 하면 48시간 임금을 주는 것처럼, 실제 노동 시간에 1.2를 곱해서 탕후루에서 ’일반적인 최저임금자처럼‘ 시간당 9740을 받았다고 계산하면 산식은 이렇게 됩니다.


312시간 X 1.2 배 X 9740원 =3백64만 6656원.


탕후루가 제시한 375만원보다 10만 3344원이 적은 겁니다.


그런데요. 제가 말씀드린 ’3백64만 6656원‘이라는 액수는 야근수당이나 휴일근무 수당, 초과 수당 등 ’임금을 계산할 때 대개 더 쳐줘야 하는 노동시간‘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겁니다.


탕후루 채용 조건은 주 6일 근무였으니,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어찌 됐든 휴무일 중 하루는 근무해야 합니다. 국경일이나 명절 등 공휴일에도 나와야 할 것이고요. 또한 오전 11시에 근무가 시작되는 대신, 무조건 밤 11시까지 근무해야 합니다. ’야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그럼에도 탕후루의 월급은 ’야근수당이나 휴일 수당, 초과 근무 수당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실제 노동 시간 X 1.2를 해서 받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싫으면 저런 데서 일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더 솔직히 말해서, 제가 탕후루 사장이 돼서 임금을 준다한들, 초과근무수당에 뭐니 뭐니 더 쳐줘서 월 500만 원을 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누가 누구를 욕하겠습니까?


탕후루의 근무 조건을 보면서 한숨이 나면서도, 저런 구인 공고를 낸 분을 욕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저는...

하여튼, 간단한 산수를 하면서 든 느낌.


이러니, 부모로서 경제력이 조금이라도 되면 아이를 죽어라고 사교육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직장 얻게 하려는 것이겠지.


(전자) 담배 끊기가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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