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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돈과 권력 앞에서 ‘좌파’는 없다

‘김덕수’ 탄생을 바라면서

by 신형준

많은 돈과 권력 앞에서 좌파란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좌파란 ‘공동체를 위해 자기 것을 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콩 한 쪽은 나눌 수 있어도 금덩이는 나누기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금덩이보다 더한 권력은?


현실에서 사회주의가 하나같이 실패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봅니다.


공산주의 건설을 외쳤던 모택동이나 김일성, 카스트로가 집권 뒤 권력을 분점했던가요? 젊은 시절,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공산주의자이자 반 파시스트로 유명했던 차우체스크가 왜 잔혹한 독재자로 변신했다가 1989년 동구권 혁명 때 총살당했을까요?


이탈리아 통일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권력을 표표히 버렸던 가리발디나, 혁명 뒤 쿠바에서의 안락함을 버리고 남미에서의 영구 혁명을 꿈꾸다가 볼리비아의 어느 전선에서 총살당한 체 게바라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왜 유능하고 똑똑한 이들이 정치에만 뛰어들면 쓰레기가 되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그럼 귀하가 정치인이 됐을 때는 다를 것 같나요?’


금력보다 더한 권력이란 그런 것입니다. 권력을 손에 쥐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리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저조차도...


국민학교 때, 주번 완장만 차도 눈이 돌아가는 친구들, 못 보셨나요? 그 보잘 것 없는 권력을 가져도 그럴진대.

그래서 법제화 제도화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사람을 어떻게 믿나요?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존재인데.


우파 통합 대선 후보 선출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당을 배신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적법한 절차를 두고 선출된 정당의 대선 후보를, 그 후보를 선출한 당에서 푸대접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어떤 변명에도 사정은 다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김 후보가 아니라, 한동훈 혹은 홍준표 씨가 후보가 됐을지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렵게 얻은 여당, 혹은 국회 제 2당의 대통령 후보직을 미련 없이 던지고 후보 선출 과정을 새로 밟는다고요? 여러분은 가능하실까요?


다만, 이런 불협화음 속에서 유권자들, 특히 우파 지지자들은 체념이나 분노를 느끼겠지요.


하지만요, 사람의 속성, 아니 나의 속성부터 먼저 살핍시다. 힘들게 얻은 것을 쉽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저라면 내가 어렵게 얻은 기득권을 표표히 던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어떻게든 나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속된 말로 지랄발광을 할 겁니다. 여러분이라면?


김문수 한덕수 두 후보 간 통합 과정도 그리 지켜봤으면 합니다. 물론, 김문수 후보가 그 어떤 억울함에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단일화를 해도 이기기 힘든 선거입니다. 하물며 통합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계엄마저 불러온 집권당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종신형에 처하든 사형에 처하든, 저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향후 그 어떤 사면도 허용되지 않는 형사 처벌도 오케이입니다.


그럼에도, 자당 후보의 범죄 사실을 은폐가 아니라 옹호하는 것은 물론 집권을 위해 사법제도조차도 권력 앞에 무릎 꿇리려는 무리의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우파 후보 단일화를 원합니다.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는 말이 많은데, 저는 실로 의문입니다. 이게 정치의 사법화입니까? 사법제도의 정치 예속이 아니고? 일개 시민이지만, 삼권분립마저 무너뜨리려는 민주당의 작태를 저는 도저히 눈 뜨고 지켜보기 힘듭니다. 1987년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열망했던 만큼이나 이번 대선에서 우파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추신-우스갯소리 하나


1987년 대선 때, ‘김대삼’이라는 가상의 후보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후보 단일화(당시 ’후단파‘라고 불렀습니다.)를 외쳤던 이들이 김영삼과 김대중의 이름을 합쳐서 단일 후보로 ‘김대삼’을 내세웠던 것이지요. 물론 실패했고요.


1991년 트로트 가수 문희옥 씨가 옛사랑을 추억하는 ‘성은 김이요’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DS. 알파벳 약자로 D S이지요.’


‘후단’에 실패했던 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87년 대선의 쓴잔을 기억하곤 했습니다.


이기든 지든 훗날 2025년 대선을 기억하면서 가슴 아프게 ‘김덕수’(김문수 + 한덕수)를 회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파후보단일화 #김덕수 #사법제도의정치예속 #김대삼 #198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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