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수능, 사상 첫 ‘이과 수학’ 지원자 문과보다 많아

이과 중심의 세상 흐름이 수능 지원자 수치로 보인 첫 해.

by 신형준


저는 84학번입니다. 학력고사 세대이지요. 당시 문과 응시생은 이과 응시생의 2배 정도였습니다. 80년대 당시, 문이과생 비율은 그 정도에 수렴했습니다.


제 아해는 15학번입니다. 15학년도 수능 당시 이과 수학인 ‘수학 B형’ 응시 지원생은 16만8천909명, 문과인 수학 A형 응시 지원생은 44만7천245명이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문과 수학 72.6% 이과 수학 27.4%였습니다. 84학년도와 비교하면, 이과 수학 응시자가 더 줄어든 것이었지요. 그러나 당시 사탐 과탐 지원자(한 과목만 지원한 사람 포함) 수는 각각 36만8천207명, 25만966명이었습니다. 사탐 지원자 수가 많았지만, 84학년도처럼 문과 지원자가 이과 지원자의 두 배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2010년대 당시도 이과가 취직하기 더 좋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과형 수학 응시자가 80년대에 비해 줄어든 대신, 과탐 응시자가 80년대에 비해 많아진 것은 '수학 공부'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84학년도 학력고사 때는 이과나 문과나 동일한 수학 시험을 치렀습니다.(물론 이과생은 수학2를 택하기는 했지만, 15점 배점에 불과했고, 당시 문과생이 택해야 했던 국어2-속칭 고전-는 고문장이 그대로 나오는 등 무척이나 풀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세상이 바뀐 게 명확히 수치(numeric)로 보입니다.


24학년도 수능 과목별 지원자 수를 어제(9월 1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했습니다.


요즘 수능에서 수학은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 미분과 적분(이하 ‘미적’), 마지막으로 기하를 선택합니다. 이중 확통은 문과, 미적과 기하는 ‘이과 수학’으로 분류되는데, 그 수가 각각 22만3천550명(확통), 23만5천100명(미적), 1만9천433명(기하)입니다. 대한민국 대입 사상 처음으로, 이과 수학 지원자가 문과 수학 지원자 수를 넘어선 겁니다. 기하를 빼고라도, 미적 지원자가 확통 지원자보다도 많습니다.


사탐과 과탐의 경우는 각각 23만4915명, 23만2966명으로 거의 동수를 이루고요.


지난해 치른 23학년도 수능 수학 지원자 수는 확통 24만669명, 미적 21만199명, 기하 3만242명으로, 미적과 기하를 합치면 확통 인원과 거의 비슷했지만, 여전히 확통이 228명 더 많았습니다. 사탐과 과탐은 각각 50만7922명, 47만2952명으로 사탐이 3만5000명 정도 더 많았고요.


저는 그 어떤 형용사나 부사도 ‘수치’만큼 명확하게 세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이제 세상이 바뀐 겁니다. 아무리 인문학의 중요성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도, 세상은 이과 중심으로 바뀐 겁니다.


하긴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少年易老學難成小年 一寸光陰不可輕)이나 ‘형설지공’(螢雪之功)을 되뇌며 공부에 매진하던 선비가 그리도 많던 조선이 열강의 강점을 그리도 무기력하게 당한 것도 결국 수학과 물리학이 뒤처져서이지 않았습니까?


저 역시 인문학 전공자이지만(대학은 사학, 대학원은 고고학), ‘시대에 뒤떨어진 인문학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을 보면 신물이 납니다. 어쩌면 이들이 나라의 발전 흐름을 막고 있지는 않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나라 발전의 근간이 되는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런 흐름은 바람직하다고 저는 봅니다.

추신


1. 요즘 들어 갈수록 이과 수학 응시생이 많아지는 이유가 ‘대학 입학 때 표준점수를 이과형 수학이 더 받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것, 정말로 오해입니다. 짧게 말하면,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미적을 많이 응시하기 때문에 미적 표준점수가 더 높은 겁니다. 억울하다 싶으면, 미적을 응시하면 됩니다.


2. 그럼에도, 이 사회의 초엘리트가 될 자원들이 공대나 자연대가 아니라, 의대로 집중되는 현상에는 너무도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이건, 정치와 정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결국은 해당 직업의 보수(돈)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요. 이를 위한 국민적 지지와 합의가 절실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성리학 공부에만 집중했던 조선의 운명을 보십시오. 정말로 ‘의대 망국론’이 나올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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