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옵니다.
이제 ‘사회적 끈’이 떨어지다 못해 속살까지 파고든 이어서, 선물이라고는 줄 데도, 받을 데도 없습니다.(그래도 줄 수는 있을 터인데, 보낼 생각조차 않으니...)
한데, 예전 대한의사협회에서 잠깐 일하며 교류하게 된 분이 추석 선물을 며칠 전(9월 14일) 저에게 보냈습니다. 왕에게나 진상할 고급 배 선물 세트.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든 생각.
‘아니 이 분은 정신이 없나? 나 같은 이에게 선물 보내서 뭐 하려고. 그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어제(9월 15일) 오전 7시쯤 제 핸드폰에 울린 알림.
‘우체국에서 배달이 오늘 중 갈 것이다.’ 운운...
아니, 누가 또 나에게 선물을 보낸 것인가. 이렇게 고마울 데가.
메일을 열어 보니.
‘인천시 서구 재산세 팀에서 재산세 관련 등기를 오늘 중 보낼 예정이다.’
어, 내가 뭐 재산세를 안 낸 게 있었나? 그런 적이 없는데. 한데 왜 알림음까지 동반한 등기로...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피어 올랐습니다. 12년 전쯤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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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2년이 되던 2011년 가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주소지를 두었던 국세청 소속 지방 세무서에서 등기 하나가 왔습니다. 아주 고압적인 내용이었는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귀하 가족이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것 같다. 소명할 것이 있다면 해당 세무서에 출두해서 소명하라.’
글 내용은 거의 ‘우리 가족이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투였습니다.
격분 그 자체.
연락처가 적힌 해당 세무서 팀에 바로 연락했습니다. 해당 팀은 “귀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소유 집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바로 반박했습니다.
“아부지 소유 주택을 증여로 가족 중 일부에게 넘긴 게 지금부터 21년 전인 1990년이다. 당시 1400만 원을 증여세로 냈다. 당신들은 그런 기록조차 찾지 않은 채, 무조건 이런 고압적인 내용의 ‘경고장’부터 보내냐? 소유권이 바뀐 지가 몇 년인데. 그 뒤 재산세는 아부지 소유 주택을 물려받은 이가 꼬박꼬박 내 왔는데. 당신들이 우리 가족이 증여세를 탈루했는지, 상속세를 내지 않았는지 조사하는 것은 당신들 자유다. 하지만, 내가 귀 세무서에 갈 이유가 없다. 내야 할 세금을 꼬박꼬박 먼저 다 내고는, 귀한 내 시간 뺏기면서까지 당신들에게 찾아가야 하냐? 당신들이 내가 일하는 내 밭으로 와라! 당신들 상대해 주겠다.”
해당 팀 관계자는 아무런 말도 못 했습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바로 서장실로 연락했지요. 서장을 바꿔 달라고 했지만, 당연히 바꿔주지 않더군요.
고백하면, 고성을 지르면서 말했습니다.
“귀하들이 국가의 귀중한 세무 업무를 맡으며 성실하게 일하는 것에는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런 글을 보낼 때는 제발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라. 당신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죄다 조세 포탈범으로 보이냐? 조세 포탈범을 대하듯 와라, 가라, 이런 고압적인 말투부터 쓰는 게 당신들이 세무 행정을 맡을 때 국민을 대하는 태도냐? ‘귀하들의 상속세 관련 업무에서 의문이 생겨서 이런 통보를 보낸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소명하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니 조사해 보겠다’고 쓰는 게 불가능한 것인가? 당신들의 고압적 태도, 그리고 모든 국민을 조세 포탈범처럼 대하는 태도에 정말로 화가 난다. 앞으로는 이따위 문장으로 국민을 윽박지르지 말라. 문장 쓰는 태도부터 바꿔라.”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며칠 뒤 “귀하 가족의 증여세와 상속세 처리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미안하다”는 연락이 해당 세무 팀에서 왔습니다.
그 뒤부터 세무와 관련한 관으로부터의 연락에는 덜컥 화부터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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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청 재산세 팀으로부터(더 정확히 표현하면, 해당 등기를 배달하는 우체국으로부터) ‘오늘 중으로 재산세 관련 등기가 갈 것’이라는 연락을 어제(9월 14일) 오전 7시쯤에 핸드폰 알림으로 받으니, 갑자기 12년 전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겁니다.
제가 인천시 서구에 가지고 있는 재산은 토지가 유일합니다. 가족 일부와 공유한. 해서, 토지를 공유한 가족에게 연락하니 그분들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허걱, 이게 뭔...
안절부절, 앙앙불락...
오전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바로 인천시 서구청 재산세 팀에 연락했습니다.
“귀 재산세 팀에서 저에게 재산세 관련 등기를 보냈다는데, 제가 재산세를 누락한 적도 없는데 무슨 일인가요?”
제 이름과 주소 등을 묻더니 한다는 말.
“아, 재산세가 00 원 이상인 분에게는 등기로 보내는데, 우체국에서 등기이므로 연락을 드린 것 같습니다. 우체국에서 이런 경우, 수취인에게 연락을 드리기도 하고 안 드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휴’하는 안도가 나왔습니다. 왜 안도의 한숨이 나왔는지 그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올해 재산세 납부 기한은 인천시 서구청의 경우, 10월 4일까지랍니다. 우리 모두, 재산세는 제때 냅시다. (허걱, 이거 재산세 납부 공익광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