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검단 5호선 연장이 '합의'로 이뤄질 수 없는 이유

대광위 직권중재만이 해결책

by 신형준

대입과 관련한 조언을 하든, 출산율 이야기를 할 때든 인구밀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인구가 적정 규모 이상으로 많은 곳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20년 기준, 사람이 살 수 있는 육지 면적 1 제곱킬로미터 당 531명입니다. 세계 평균은 60명이고요. 인구 많기로 소문난 중국조차 150명입니다. 일본 346명, 미국 36명, 영국 277명, 독일 238명, 프랑스 123명입니다.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EN.POP.DNST


사정이 이러니, 대도시에 아파트만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이 세계 평균과 비교할 때 비쌀 수밖에 없고요. 세계 평균보다 인구밀도가 거의 9배가 높은데, 어떻게 집값이 쌀 수가 있나요? 이건 수요공급의 기초만 이해해도 알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단독주택이 주거형태의 근간을 이룰 수 없고요. 인구밀도가 7000명이 넘어가는 홍콩(7125명)이나 싱가포르(7919명)에서 단독주택이 ‘제 1 주거형태’가 될 수 있나요?


최근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500m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경관(전통 풍수)을 망치게 됐다고 우려했다는데, 이는 인구밀도를 고려하지 않은, 혹은 이해 못 하는 ‘국외자들’의 시각일 뿐입니다. 경관 혹은 전통 풍수까지 생각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했다면, 경복궁 창덕궁 선릉 등 서울에 자리한 문화유산은 애저녁에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됐어야 합니다. 코앞에 고층빌딩이 즐비한데요, 뭐. 경관은커녕, 막말로 빌딩 그림자로 덮일 수도 있는 곳인데요.


집값 비싸고, 먹고 사는 경쟁이 치열한 곳은 살기 좋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6.25 직후와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살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빈곤을 겪지 못한 1960년대 이후 세대의 눈은 유럽이나 미국에 맞춰져 있는 겁니다. 개인보다 국가의 운명과 발전을 걱정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높아가는 개인주의적 흐름과 높은 인구밀도가 합류하면서,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출산률이 0.7 정도로 떨어진 것은 물론 너무 심하기는 합니다.)


경기도 김포와 인천 서구 검단에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는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방화역에 있는 종점을 검단을 거쳐 김포까지 연장하는 노선입니다.


김포시는 “전철 차량기지는 물론, 서울 강서구에 있던 건설폐기물처리시설까지 받는 등 김포가 기피시설까지 죄다 받는 입장이니까 검단에는 2개 역만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천시 주장처럼, 검단에 4개 역사가 들어서면 ‘서울 직결철’이 아니라, ‘검단 우회 철도’가 되는 데, 김포시민 누가 이용하겠느냐는 겁니다.


인천시는 “검단에도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으므로, 향후를 생각한다면 4개가 옳다”고 맞섭니다.


인천 검단 주민인 저로서는 이 논쟁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양 지자체 간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 합의는 기실 물을 건너간 상태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든 상위부서인 국토부든 중앙부처의 ‘결정’이 없이는 5호선 연장은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원래는 올 8월까지 결정된다던 5호선 연장 노선이 여태까지 결정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답답한 것은 상황이 이리 됐지만, 누구도 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선 주민을 욕할 수 있나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지하철이 들어오면 바로 집값이 1~2억이 뛰는데 누구라도 눈이 돌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게 부동산인 상황에서 이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광위나 국토부를 욕할까요? 대광위는 애초, 두 지자체 간 합의가 안 되면 직권중재하겠다고까지 호언했지만, 중재가 어디 그리 쉽나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자체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가는, 다른 지자체 주민은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것, 견딜 수 있나요?


그러면, 우리가 항상 욕받이로 쓰는 정치권?


대의제는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 하는 이들을 정치인이 대신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럼 답은 나옵니다. 김포지역 국회의원이 김포시민을 대신해서 악다구니를 쓰거나, 검단 정치인이 검단 주민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 게 그분들의 존재 목적입니다. 안 그랬다가는 다음 총선에서 바로 떨어질 걸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죄다 우리 탓인데요. 정치인 탓을 그리도 자주 하지만, 기실 정치인이 그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들이 바로 주민들입니다.


인천 검단 주민으로, 하루라도 빨리 대광위가 5호선을 직권중재하기만을 바랍니다. 김포와 검단, 두 지자체 간 ‘타협’은 애초 불가능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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