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질의 응답조차 피하는 서울대병원을 보면서...
서울대병원의 긴급 브리핑(23년 1월 4일)을 보았습니다. 실망 그 자체입니다.
집도의의 간략한 설명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질 줄 알았습니다. 한데 병원 관계자들은 그 어떤 질의 응답도 생략한 채 부리나케 현장을 빠져나가기 바쁘네요.
기자들이 “이리 많은 기자가 모였는데, 질의 응답도 하지 않을 것이면 도대체 이 브리핑은 왜 한 것이(며, 현장에 기자들을 왜 이리 많이 모이게 했느)냐”는 질문에 서울대병원 측은 “서면으로 하라. 환자 개인의 사생활 문제 등도 있다”고 답하더군요.
공인 중의 공인이자, 한국 정치의 귀한 자산인 야당 당 대표가 테러를 당해서 수술을 받았는데, 그에 대해 집도의와 병원 측에서 의료적 질의 응답조차 제대로 못 하면서 사생활 보호 운운하는 게 과연 적절한 일일지요.
이재명 대표 님에 대한 ‘의료 처리’는 정치적 차원에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의료정책적으로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들이 잠재한 사건입니다.
의료 정책적 차원에서 몇 가지만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1. 테러 직후 이송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없었기에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헬기까지 타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즉 부산 경남권 최고 외상(外傷)센터인 부산대병원조차 신뢰할 수 없는 정도라면, 우리나라 의료 정책은 판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합니다. 대한민국 제2 정치-경제권역인 경남 부산조차 의료 수준이 ‘저 모양이면’ 다른 지역은 어떻다는 것인가요? 의료 인력 교육과 수급 등 의료 정책을 본질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2. 한데, 만약 그런 정도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과 관련해서는 ‘과잉 진료’ ‘과잉 의전’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환자가 원한다고 무조건 헬기로 이송하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부산에서 서울로 ‘대척적인 지역’으로까지 말입니다. 아무리 야당 당 대표라고 해도 말이지요.
3. 그래서 본질적으로 알아야 될 것이 이 대표 님의 피습 정도는 과연 얼마나 의학적으로 위중한 것이었나 하는 문제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릴 정도로 급할 경우였나요? 그렇다면,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한 것이 의료적으로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요? 바로 수술하지 않고? 막말로, 어느 환자가 칼로 난자를 당해서 큰 수술을 받아야 할 때, 그런 환자도 몇 시간이고 ‘대기’했다가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하나요?
이런 문제들을 명확히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서울대병원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치열한 일문일답을 했어야합니다. 이재명 대표 님의 피습 정도가 의학적으로 과연 얼마나 위중한 것이었는지,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부산에서 서울로 옮기는 것이 과연 ‘의료적(외과적)’으로든, ‘의료정책적’으로든 타당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답했어야 합니다.
한데 뭐 서면으로 하라고요? 환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 같은 필부필부입니까? 나 같은 필부필부가 저 정도로 다쳤어도, 헬기를 띄워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까지 이송해줄까요?
서울대병원이 이리 한심한 조직인 줄 정말로 몰랐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관악’이 어쩌다가...
제가 살면서 철칙으로 삼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오캄의 면도날입니다. ‘진위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예외나 변명이 적은 것이 옳을 확률이 높다.’
서울대병원이 숨길 게 없다면, 기자와 질의 응답을 피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