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에서 홍보 및 공보이사를 지낸 이의 분노
서울 대형종합병원 의사들이 최근 ‘의료 시국선언문’을 작성했다고 한다. 1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5000여 명이 넘는 의사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언론은 전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80263?sid=102
서울대병원 소속 의사들 역시 11일 오후 5시, 긴급 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 등을 논의할 예정이란다.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40311000900641?input=1825m
5000여 명이 넘는 의사가 참여했다는 ‘시국선언문’ 첫 문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이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로 시작한다. ‘우수한 의료 체계’라고 첫 문장에서부터 밝혔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렷다.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개 돼지의 목소리로 바라보려는 ‘의사 집단’의 목소리인 것 같아 분노만 치민다. 응급실 뺑뺑이나, 날로 낙후돼 가는 지방 의료 문제 등은 이들에게 치지도외의 대상일 뿐이다. 의사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정부와 국민이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식이다.
2018년 5월~2020년 2월 말까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 홍보 및 공보이사, 그리고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을 했다. 기자 외의 경력이라고는 별반 내세울 게 없는 필자이기에, 이 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의협에서의 경력은 내게 ‘훈장’이어야 했다.
두고두고 후회하는 게 의협 경력이다.
의협 집행부의 주장은 내게는 황당 그 자체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1. 의사들은 정부 정책으로 희생하고 있다. 우리들은 노예이다.
2. 우리나라 같은 저수가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수가를 일률적으로 30% 인상해야 한다.
3. 현재 병-의원은 환자 치료의 대가로 환자로부터 환자 본인부담금을 극히 일부 받은 뒤, 나머지 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청구해서 받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가 모든 금액을 일단 병-의원에 지불한 뒤, 환자가 공단으로부터 환급받아야 한다. 병-의원이 환자를 대신해서 공단으로부터 치료 비용 잔액을 받는 ‘(공단 지급금) 청구 대행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때마다 반박했다.
1. 정부 정책으로 희생당하는 게 의사인데 의대 커트라인은 왜 다락같이 높아만 가나? 당신들조차 당신들 자식이 공부를 잘 하면 의대를 보내려고 하지 않나? 우리 솔직하자. 자기 자식을 노예로 만들려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당신들조차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이 가장 대접받는 직업임을 알기에 이러는 것 아닌가? 서울대 인문대 커트라인이 서울대 법대보다 높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미달 사태 등 비정상적 경우는 제외) 법률가에 대한 대접이 인문학자에 대한 대접보다 항상 좋았기 때문이다. 그게 대학과 학과의 커트라인이다. 당신들이 정말로 스스로를 노예로 생각하면서도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 한다면, 당신들은 집단적인 조현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수가를 30% 인상하자고? 그 돈, 도대체 누가 어떻게 댈 것인가? 대한민국 의료가 저수가라고? 환자가 병-의원에 내는 치료비 등이 낮을 수는 있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자. 공단이 병-의원에 환자 치료의 대가로 지급하는 돈은 전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걷은 건강 관련 보험료에서 나온 것이다. 공단 지급금은 병-의원에 가지도 않았던 이들로부터 강제로 ‘먼저’ 걷은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쳐서 적립한 돈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다달이 강제로 병원비를, 그것도 ‘선불’로 낸 셈이다. 한데 뭐가 저수가라는 것인가?
24년 기준, 공단은 연봉의 8.01%를 건강 관련 보험료로 원천 징수한다.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는 박정희가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설계한 제도이다. 연 4000만~5000만 원을 버는 평균 연봉자들에게 건강보험제도는 복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연봉이 1억만 넘어가도 건강보험제도는 과도한 세금일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24년 기준으로 건강 관련 보험료 상한액은 ‘월’ 848만 1420원이다. 1년이면 1억177만7040원을 건강 관련 보험료로 낸다는 뜻이다. 이 사람들에게도 당신들은 ‘낮은 수가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요즘, 은퇴한 60대 이상 중 서울 등에 집이라도 한 채 가진 사람들이 건강 관련 보험료 부담 때문에 직장을 가지려고 혈안인 것을 귀하들은 생각조차 않을 것이다.
자동차보험처럼, 병-의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건강 관련 보험료를 올리든, 아니면 진료비를 더 받든 하는 방식의 ‘공학적 개량’을 할 생각은 전혀 않고, 무조건 수가를 올리자고 하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게다가 고용주(혹은 회사)는 피고용인이 내는 건강 관련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한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한 달에 내는 건강 관련 보험료가 과연 얼마일까? 당신들이 의사가 아닌 직종을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대한민국 수가가 싸다’고 이야기할까?
3. 따라서, ‘청구 대행 폐지’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은 전체 진료비를 ‘강제로, 그것도 선불로’ 이미 부담했다. 건강 관련 보험료 명목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강제적 선불 방식으로 건강 관련 보험료를 낸 것도 모자라서, 치료비 전액을 우선 병-의원에 지급한 뒤 공단으로부터 되돌려받으라고?
의사 당신들은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가 낼 세금을 소비자가 먼저 내시고, 나중에 국세청에서 환급받으세요.”라고 한다면 좋아하겠는가? 왜 종로(정부 혹은 공단)에서 뺨 맞고 한강(국민)에서 화풀이하나.
그런 식이었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주장들.
한데 그런 막무가내식 주장이 24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절 변주조차 없이.
2020년 코비드19 때 문재인 정권은 기껏해야 400명이 될까 한 공공의대를 신설하자고 했다. 국가의 노령화로 인한 의료 인력 증대 필요성과 응급실 뺑뺑이, 그리고 지역 의료 문제뿐 아니라 코비드19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국가적 의료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의사들의 격렬한 반대는 굳이 재론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공의 파업, 의대생 의사 자격 시험(이하 ‘국시’) 거부, 의대 교수들의 ‘제자들이 다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등의 협박...
3년 반이 흐른 지금, 그런 일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
의사 집단에 묻는다.
당신들, 그때도 격렬히 반대했다. 단 한 명의 의대 증원도 불가하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들은 이겼다. 시험을 거부했음에도 단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국시 재응시 기회까지 주었으니까.
필자는 그때 절망했다. 의사는 ‘소도(蘇塗) 거주민들’이구나. 국가 시험을 거부해도, 의료 행위를 법상 독점한 탓에 아무런 문책도 없이 넘어가는구나. 도대체 국가 시험을 ‘자발적으로 거부’했는데, 아무런 처벌도 없이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경우가 어디 있었나.
그러니 24년에도 파업을 하면서,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거나 시국선언문이랍시고 마치 독립운동가연(然) 발표하는 것이겠지.
당신들은 그때(20년) ‘호미’로 막았어야 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제는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게 됐다. 의사 집단에 대한 불신은 ‘양자도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위나 기강을 무너뜨리려는 세력, 주적(主敵).
필자는 지금까지 북한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아무리 생각해도 ‘의사 집단’이 대한민국의 주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하긴, 이조차 당신들은 개 돼지의 생각이라고 얕보겠지만...
내가 중병에 걸려 급사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윤석렬 정부가 물러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에도 국민과 정부가 물러난다면, 의사 집단은 아무런 책임도 없이 특권만 누리는 ‘소도 거주민’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추신.
필자 역시, 모든 의사가 이렇게 행동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병-의원을 지키는 의사 선생님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서 의협 집행부 등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의사 집단’이라는 말을 썼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