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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준 Mar 14. 2024

음주 사망 사고를 낸 사람이 언론홍보위원장이라고라?

-의사 집단의 소통 능력이 떨어져 보이는 이유

어제(3월 13일) 한심스러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의대 증원 반대와 관련해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마련했습니다. 여기서 언론홍보위원장으로 일하는 주수호 씨가 정확히 8년 전인 16년 3월 13일,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냈다는 게 13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겁니다. 주 씨는 차기 의협 회장직 선거에도 나선 상태인데,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 취소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것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서 밝힌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주 씨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1.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평생 후회하고 있다.

 2.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대 정부 투쟁에 헌신함으로써 속죄하겠다. 

 3.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 취소에 내가 반대한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313123300530?input=1195m     


https://www.ytn.co.kr/_ln/0103_202403132259054209      


주 씨에 대한 언급은 더는 않겠습니다. 각자 판단하시지요.      


다만, 이런 기사가 났는데도 주 씨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에 여전히 앉히고, 의협 차기 회장 후보로 받아들이는 의사 집단에는 한마디 합니다.      


우리가 하고한 날 비판하는 국회의원조차도 음주 운전 사망 사고를 낸 이에게는 후보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기실 그 어느 ‘공직’에서도 그럴 겁니다.     


의사 집단은 오불관언인 듯합니다. 음주 사망 사고를 냈든 말든, ‘의사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입니다. 주 씨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음주 운전 사망 사고 관련 입장문’에는 14일 오전 7시 10분 현재 332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흔들리지 마라, 쓰레기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마라. (의사 집단을 비난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식입니다.      


이러니 의사 집단과 소통이 될 수가 있을까요?      


갈라파고스에서 ‘아일랜드 멘털러티’(우리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에 빠진 사람과 어찌 대화가 가능할까요?     


의사 집단이 외부와 제대로 소통할 수 능력이 있는 집단이라면, 무조건 다시 한번 사과하고 의사와 관련한 모든 ‘공직(후보 포함)’에서 사퇴하는 게 정상일 겁니다.      


저는 2018년 5월~2020년 2월까지 의협에서 홍보 및 공보이사, 그리고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을 지냈습니다. 경악했습니다. 이리도 자기들만 아는 집단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어제 언론 보도와 의사들의 태도가 보여주는 듯합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 의사 집단 일부가 정부에 ‘협의체를 구성해서 대화하자’고 하던데, 저는 정부가 대화 시도를 안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거부한 것은 의사 집단입니다. 이번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2020년,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던 공공 의대 설립안도 의사 집단이 격렬히 반대해서 무산됐습니다. 많아야 연 400명 정도의 ‘공공 의사’를 양성하자는 정부 안에 대해 ‘단 1명도 안 된다’며 전공의 파업과 의과대 교수들의 ‘제자가 다치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않겠다’ 선언으로 맞섰던 게 의사들입니다.      


2020년의 풍경이 2024년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게, 좌-우파를 막론한 정부의 소통 능력 부재 때문일까요? 아니면 의사 집단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음주 운전 사망 사고를 낸 이를 대표 중 하나로 앉힌 것에 아무런 반성이 없는 의사 집단을 보노라면, 저는 아무래도 후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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