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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준 Mar 20. 2024

영국 국민이 메디컬택스로 소득의 15~18%를 낸다고?

함익병이라는 의사의 황당한 주장에 혀를 찹니다


     

오늘(24년 3월 20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함익병이라는 유명한 의사의 사실과 다른 황당한 주장 때문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23/0002330031?sid=102     


함 씨는 “영국 같은 경우, 소득의 15~18%를 메디컬 택스로 낸다. 우리는 4.5%를 낸다”며, 마치 우리나라가 적은 돈으로 높은 의료 효율을 내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국민은 돈을 적게 내고, 아주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요?     


이렇게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갖췄는데, 왜 의대생 2000명을 증원해서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겁니다. 숱한 의사 집단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한데, 이 주장이 사실일까요?      


사실 관계부터 잘못됐습니다. 영국은 소득의 15~18%를 내고, 우리는 4.5%를 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구글에서 ‘health-care tax’ ‘great britain’만 쳐봐도 함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함 씨도 지적했듯, 영국은 우리처럼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별도로 걷지 않습니다. 소득세 등 세금을 걷은 뒤, 거기서 의료비 등 건강 관련 분야에 지출하는 구조입니다.      


그럼 소득세 비율이 얼마이고, 소득세를 통해 얻은 재원 중 몇 %를 의료비 등 건강 관련 분야에 쓰는지 따지면 영국 국민의 ‘메디컬 택스’ 비율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의 소득세 비율부터 따져보지요. 아래 자료 좀 보십시오. 영국 정부의 공식 자료로, 소득별 세율입니다.      


 https://www.gov.uk/income-tax-rates     


연 1만2570파운드까지는 소득세가 없습니다. 1만2571~5만270 파운드는 20%, 5만271~12만5140은 40%, 그 이상은 45%입니다. 23년도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3271파운드라고 합니다. 그럼 평균적으로 소득의 20%를 소득세로 낸다는 뜻입니다.      


자,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영국 정부는 어떻게 재정을 지출할까요?      


글 아래에 첨부한 사진(사진 1)을 보시지요. 23~24 회계연도 영국의 재정 지출 비율입니다. 건강 분야에 20%를 사용한다네요.      


자, 그럼 답이 나옵니다. 영국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3만3000여 파운드이니, 이 사람들은 20%를 소득세로 냅니다. 그렇게 걷은 세금 중 20%를 의료비 등 건강 분야에 쓰는 것입니다. 대략 소득의 4%를 ‘메디컬 택스’로 내는 셈이죠?      


영국 국민은 소득의 15~18%의 매디컬 택스를 낸다는 함 씨의 주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요? 구글에서 단 1분만 검색해도 대략의 정황을 알 수 있는데...     


게다가 우리는 메디컬 택스로 소득의 4,5%만 낸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직장인의 경우,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치면 소득의 8.01%를 냅니다. 이중 절반을 직장인이 내고, 나머지 절반은 고용주(=회사)가 냅니다. 4.5%라는 수치는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함 씨는 아마도 ‘직장인이 건강 관련 보험료의 절반만 낸다’는 의미에서 4.5% 운운한 듯합니다. 그러니 저수가라는 것이겠지요? 한국 의사들은 희생당한다는 뜻이겠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왜 고용주(=회사)가 내는 돈은 제외하나요? 회사 입장에서, 그 비용은 가혹한 세금입니다. 여러분이 회사를 경영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사원의 건강 관련 보험료 중 절반을 낸다는 게 어떤 의미가 될지. 삼성전자의 경우, 사원 건강 관련 보험료로 한 달에 얼마가 들어갈까요? 그 돈은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들어가서 의사 등 의료인의 보수 등으로 지불되는데?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영국 같은 경우, 런던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고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내도록 합니까? 아니죠?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서울에 집 한 채 가지고 있으면 바로 건강 관련 보험료를 냅니다.      


서울에 집 한 채 소유하고, 국민연금으로 180여만 원을 받는 80대 은퇴자가 월 60만 원 정도의 건강 관련 보험료를 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영국에서도 이런가요? 게다가 영국은 공공병원에 갈 때 대부분의 경우 돈을 내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돈 1만 원이라도 내죠?     


이러고도 대한민국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 관련 보험료가 낮다고 보시나요? 영국은 소득의 15~18%를 낸다고요?     


사실을 모르면 침묵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간이라도 갑니다.     


도대체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 소득도 없는(국민연금은 ‘소득’이 아닙니다. 예전에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 것이죠.) 80대에게 건강 관련 보험료를 내게 하나요?     


농민인 저 같은 경우는, 1년 수입이 이것저것 다 제하면(토지세 등) 50만 원 정도인데, 건강 관련 보험료로 연 300만 원을 냈습니다. 연 수입의 6배를 건강 관련 보험료로 내는 것이지요. 이런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나요? 이러고도 저수가입니까?     


대한의사협회에서 홍보 및 공보이사를 하면서, 함 씨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의사들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무조건 의사들은 희생하고 있다더군요.      


의학만 공부한 의치(醫癡)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도 많은 듯합니다.     


추신.     


구글에 ‘health-care tax’ ‘great britain’을 치면 아래와 같은 답이 제일 처음에 등장합니다. (사진 2)     


그 내용을 요약하면, ‘영국은 국민에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원은 국민이 낸 일반 과세로 마련한다. 전체 국민이 낸 소득세 중 18%를 건강 관련 분야에 사용하니, 평균으로 보면 소득세의 4.5%에 해당한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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