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형준 Mar 17. 2024

한국은 왜 의료 소송이 많을까? 사람값이 ‘개값’이기에

-의사들의 ‘외국과 단순 비교’‘에 화가 치미는 이유

오늘(3월 17일) 한국의 의료 현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의사들 혹은 병원의 도덕성과 관련해서 혀를 차는 기사 하나를 접했습니다.     


아래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22622?sid=102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어느 부부가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낳았다.

 2. 아이의 혈액형은 두 부부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3. 담당 의사는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낳으면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4. 아이가 장성해 26세가 되자, 부부는 아이에게 ’혈액형 돌연변이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담당 의사를 찾았지만, 담당 의사는 돌연 잠적했다. 

 5. 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했다. 결과는 아버지와 아이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였다.

 6. 해당 병원은 ’여자의 불륜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보상금 조로 1000만 원을 제시했다.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그래, 의사나 병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용서하자‘ 하실 수 있나요?      


 용서는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명백하게 반성했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담당 의사는 돌연변이 운운하다가 잠적하고, 병원은 불륜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요? 제시한 보상금은 고작 1000만 원이고요.     


 저라도 이런 경우라면 민-형사 소송을 모두 제기할 것 같습니다.      


 하긴, 최근 법원의 의료 사망 사고 판결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https://www.wikitree.co.kr/articles/931608     


요약하면,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장에 구멍이 뚫려서(천공) 환자가 결국 죽었는데, 보상금은 1270만 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막말로 사람값이 아니라, 개값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과실로 인한 보상금은 정말로 쥐꼬리만도 못 합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이 기사 한 번 보십시오.       


https://apnews.com/article/canada-indigenous-women-sterilization-5a0ecfc3897ce4fc663281c40dc31f37?fbclid=IwAR2H9zMt4UDbbq47JN7nkR7LNOg-QC_ON1hfV78K622xlub1YiA8ELYIFnQ     


요약하면,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여인에 대해 병원이 환자 동의 없이 불임수술을 했습니다. 이를 나중에 알게 된 환자는 병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형사 소송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환자 측 변호인은 “우리는 손해배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캐나다 경찰 역시 “환자의 처벌 요구가 없으므로,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환자 측이 요구한 보상금은 60억 5000만 원 정도입니다. (외국에서 오진이나 수술 등에서의 잘못일 때 보상금이 얼마인지는, 구글에서 Medical malpractice, misdiagnosis, damages만 입력하고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환자 측에 보상금으로 5억 원이라도 줄 것 같습니까? 사람이 죽어도 1270만 원을 보상 판결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 의료 사고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많은 것은 간단합니다. 의료 사고가 나도 보상금은 개값보다 못합니다.     


 이러니, “그럼 의사나 병원 너희들이 감방이라도 가라”라고 대응하는 겁니다. 만약 ’실제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액‘이 제시되면, 저라도 형사소송은 하지 않을 겁니다.     


 숱한 의사단체, 그리고 의사단체를 법적으로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우리나라의 의료 사고 소송이 남발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물론 최선을 다했는데도 ’환자나 그 가족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18세기 문인 성대중이 ’청성잡기‘에도 기록했듯, ’백정은 고기 먹는 관상을 타고 났고, 의사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운명을 타고 난 사람(屠必有食肉相 醫必有殺人命 도필유식육상 의필유살인명)‘입니다.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에 민-형사 소송이 남발하는 것은 저 역시 반대입니다.     


한데, 내시경으로 인한 천공 사망 사고에 대한 판결 보상금이 1270만 원이고, 인공수정 과정에서 ’다른 이의 정자‘를 사용한 데 대한 보상금 조로 1000만 원을 제시하는 것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의사들조차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의료 사고 소송이 외국에 비해 많다면, 왜 많은지에 대해 면밀하게 비교해서 따질 생각은 않고, 무조건 ’외국에 비해 많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의사 집단이나 의사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의료 소송이 많다고 주장하기 전에, 외국의 의료 사고 보상금이 얼마인지부터 공부했으면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홍보 및 공보 이사를 지낸 사람으로,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추하게만 느껴지는 게 의사 집단, 그리고 의사 집단을 법적으로 대변하는 변호사들의 저열한 변호 논리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외국 언론에 한국 드라마 감상평이 바로 오르는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