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형준 Apr 11. 2024

승냥이를 쫓는다고 호랑이에게 문 열어준다?

-여당의 총선 실패로 의대 증원 정책이 좌절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이유

우파는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3년 차에 곧 들어갈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대통령이 구상한 각종 개혁 정책이 과연 적절히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히 생깁니다. ‘의대 증원으로 상징되는 의료 개혁’에 대한 의구심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 집단은 여당의 총선 패배에 ‘무리한 의대 증원 때문’이라는 각주를 달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추진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네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의대 증원은 없던 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데요, 정말로 묻습니다. 그래서 의대 증원이 안 될 것 같나요? 의대 증원이 의사 집단의 바람대로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것이라고 보세요?     


시계를 16년 전쯤으로 돌려볼게요.     


이명박 대통령 집권 1년 차이던 2008년, 4대강 사업이 본격 추진됐습니다. 당시 좌파는 환경이나 유적 보존 등을 명분으로 4대강 사업을 대대적으로 반대했지요.      


농밀하게 사정을 살피면 실상은 달랐습니다. 요약하자면, ‘내 지역 강 정비 찬성, 남 지역 강 정비 반대’였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자기 지역의 강이나 하천을 정비하는 데 왜 반대합니까? 동네 좋아지고, 집값 땅값 오르는데! ‘4대강 반대 투쟁’이 근본적으로 성공할 수 없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결국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 때 사실상 완료됐습니다.     


의대 증원은 4대강보다 반대할 명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기 동네에 의대가 들어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나요? 솔직히 의료 취약 지역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여론조사를 해봐도 의사 증원은 압도적 찬성이 나오는 것이고요. 또한, 남의 동네에 의대가 신설 혹은 증설되는 것을 반대할 명분이 있나요?     


자, 그럼 다음 기사 좀 보세요.     


어찌 됐든 좌파의 본산은 호남지역인데, 이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일성은 ‘내 지역구 의대 신설’입니다.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 의대 신설을 외치며 삭발을 불사했던 김원이 의원은 ‘목포 의대 신설’을 첫 목표로 꼽을 정도입니다.      


https://www.news1.kr/articles/5380726 (김원이 의원 기사)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 역시 ‘전남국립공공의대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0078000054?input=1195m (박지원 의원 기사)


기실, 호남 당선자들의 당선 소감에는 의대 신설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바이오단지 신설이 빠지지 않습니다.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12761200766896004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총선 참패로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됐으니 의대 신설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해당 지역 의원들이 받아들일까요? 이미 각 지역 대학에 의대생 증원 인원까지 배정된 마당에?     


호남만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영남이나 호남, 강원, 충청도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또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데, 야당에서 “윤석렬 대통령이 추진한 것은 다 치워버려, 의대 신설이나 증원까지도!” 할 것 같나요? 의료의 공공적 성격을 더욱 강조하는 게 좌파일까요, 우파일까요?     


승냥이 쫓자고 문을 열었을 때 그 문으로 호랑이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세상을 너무 나이브(naive)하게 보는 것일 테지요.

작가의 이전글 ‘반성 없는 특권 의식’이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