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20대 중반 때(1991년) 읽었던 프랑스 문인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섬’과, 가수 고병희 씨의 노래 ‘흐린 날의 오후’(1993년 발표)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https://youtu.be/OuQa4VhYXaQ?si=q2xkEDsOgA6CxKv1
잘 아시듯,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까뮈의 스승이었고, 고병희 씨는 혼성 듀오 ‘햇빛촌’의 멤버로, ‘유리창엔 비’라는 노래로 유명했지요. 저는 ‘유리창엔 비’보다는 고병희 씨가 솔로로 불렀던 ‘흐린 날의 오후’를 더 좋아했지만.
한데 왜 갑자기.
고병희 씨 노래야 유튜브 등을 통해 한두 번 듣기는 했지만, 장 그르니에는 정말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까맣게 잊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요. 그 사람 이름이 오늘 새벽 갑자기 명확히 기억났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지요. 장 그르니에의 ‘섬’은 당시 무척 인상 깊었다는 느낌 외에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왜 갑자기 기억이 났을까요?
1991년과 1993년이라. 20대 중후반 시절. 꿈에 그리던 기자가 돼서 의욕이 넘치던 시절.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때. 사회 변혁을 이루는 데 자그마한 일원이 되자고 내내 되뇌던.
이제 30여 년이 지났네요. 그 사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60세가 돼서 괜히 ‘청승맞게 센치해진’ 것인지요.
누구나 젊음을 탐하고, 그래서 젋음을 남상댑니다. 돌아갈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나의 화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