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끌미끌 미꾸라지를 키우는 방법

by 밤하늘의별을

어린이집 하원 후 홈플러스에 등록해 둔 '그림책과 함께하는 촉감놀이' 수업을 들었다. 유아기 때는 촉감놀이가 좋다는 말에 등록했다. 총 4회 차시 수업이었고, 1회 차는 '수박 뭉개기', 2회 차는 '물감 놀이', 3회 차는 '바스락 낙엽 놀이', 그리고 마지막 4회 차는 '미끌미끌 촉감놀이'였다. 아이와 분리 수업이었던 터라 아이는 수업에 보내고 저녁 장을 보았다. 끝나는 시각에 맞추어 강의실 앞에 서 있었다. 끝날 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강의실 문을 열어주었고, 아이들은 엄마가 오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고 신나게 노는 중이었다. 지름이 일 미터쯤 되는 김장 매트 안에 들어 있는 아이들과 미꾸라지 수십 마리. 촉감놀이인지 물놀이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아이들은 신나 하고 있었다. '집에 가면 평소보다 더 깨끗이 씻겨야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작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미꾸라지가 왜 재미있는 건지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한 마리 한 마리 잡고 있었다. 선생님은 마지막 타임의 마지막 수업이라 천천히 마무리해도 된다고 하시며 테이크아웃 컵을 주셨다. "한 마리씩 가져가셔도 됩니다." 내 옆에 있던 엄마는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내 아이는 미꾸라지를 가득 담고 있었고, 나는 한 마리만 가져가야 된다고 아이에게 말하는 사이 선생님은 더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신이 난 아이는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더 담았다. 컵이 가득 차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가득 찼고, 공간이 좁아 움직일 수 없는 미꾸라지를 집에 데려왔다. 수조에 물을 담고 미꾸라지를 부었다. 다섯 마리의 미꾸라지는 이제야 살겠는지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이는 자기가 잡았다는 뿌듯함에 한 마리 한 마리 애정이 담긴 이름도 지어주었다. 내 눈엔 똑같이 생긴 미꾸라지들인데, 아이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걸까? 마냥 신기했다. 문화센터 선생님은 미꾸라지 키우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셨다. "먹이는 집에 있는 밥 한 덩이 넣어주고 물은 매일 갈아 주셔야 냄새가 안 나요."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찬밥 한 덩이를 넣어주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다음날 수조를 확인했다. 네 마리는 바닥에, 한 마리는 물 위에 떠 있었다. 물고기를 키워 본 경험이 있던 내 눈에는 병이 들었거나 죽기 전 상태로 보였다. 수조를 툭 쳤으나 미꾸라지들은 그대로 있었고 내 생각이 맞는구나 싶었다. 아직 죽지 않아서 쓰레기 봉지에 담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던 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미꾸라지를 채로 떠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변기에 떨어진 미꾸라지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꿈틀댔으나 나는 변기 물을 내렸다.


검색창에 '미꾸라지 키우는 방법'을 찾았으나 그에 관한 글은 몇 개 없었다. 스크롤을 더 내렸다. 한참을 내리다가 원하던 블로그 글을 찾았다. 미꾸라지에 대한 설명과 일상을 알려주는 그런 글들이었다. 한두 개쯤 읽던 중 '아차' 싶었다. 물 위에 떠 있던 이유는 아프거나 죽으려는 게 아니라 자고 있었던 것. 그렇게 변기 여행을 시작한 미꾸라지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그렇지만, 이미 떠난 미꾸라지는 잊고 남아 있는 미꾸라지들을 위해 조금 더 자세히 정보를 검색했다.

'수명이 10년...?! 설마....'


금방 죽겠지. 싶었던 미꾸라지 네 마리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금붕어 먹이를 먹으며 잘 살아있다. 아이의 새끼손가락만 했던 미꾸라지는 성인 남자 검지보다 두껍고 길어졌다. 남편은 "조금 더 있으면 장어 되겠네!"라며 생명을 참 잘 키운다는 욕 같은 칭찬을 했다. 아이가 잘 돌보겠다던 미꾸라지는 이제 나의 몫이 되었고 생명이 커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또 다른 엔돌핀이 되었다.


"미꾸라지들아, 금붕어 밥도 잘 먹어주고 설거지할 때 아는 척해 주어서 고마워. 잘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