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희노애락 시리즈 1편 기쁨에 대하여
기쁨이란 감정은 어렵다
기쁨이란 감정은 나에게 있어서 희노애락 중 가장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정이다.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그것만큼 대답하기 어려운 답변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 너에게 행복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늘 무언갈 성취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행복의 순간 = 엄청난 성과를 얻었을 때?
그럼 성취는 무엇일까? 이전에는 성취라는 경험이 무언가 엄청나게 대단한 노력을 통해서 일궈 낸 성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기준에 내 성과는 너무나 미약해서 ‘성취’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이었고 실제로 이 생각 때문에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굉장히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하면서 고질적인 가정환경 탓을 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해서 내 인생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은 있었고,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 삶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갔다.
혼자 지내면서 알게된 내 삶의 새로운 기쁨
그렇게 큰 성과에 목말라하며 살던 중 하나의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집에서 떨어져서 논스라는 공간에 혼자 독립하게 된 것이다. 논스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겐 다른 사람이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부모님과 지내면서 받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멀어져서 오히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고 혼자 나만의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내 손으로 모든걸 하기 시작했고, 먹고 살아야 되니 당연히 요리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리를 하게 된건 내 삶에서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는 대학교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스스로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어 먹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할 줄 몰랐던 것도 있지만, 요리를 왜 해야되는지 몰랐다. 불필요한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회사를 그만두고 아침시간이 많이 남아서 혼자 가볍게 토스트를 해먹었다. 그리고 이는 작지만 꽤나 만족감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아침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아주 간단한 요리였지만 그걸 하고나면 뿌듯했다.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의 순간을 자주 만들자
처음 제대로 해본 요리는 대단한건 아니었지만 요리의 첫 과정인 재료의 구매부터 먹고 설거지를 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것은 내 선택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오롯이 나를 위해서 였고 이는 나에게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기쁨이란 감정은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일상의 작은 성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 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나를 위해서 아침을 만든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