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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북카페 Jun 07. 2022

키워드로 본 2022 아카데미 어워즈 - 4 -

4. 바디감 있는 메시지     


*** 본 글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인

      2022년 3월 28일에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꽤 고급진 국룰 하나가 있는데, 타이틀을 붙여보자면 ‘바디감 있는 메시지’ - 풀어쓰자면, ‘주연이 되려는 자, 수상소감의 무게를 견뎌라’ 되겠다.     


<레버넌트>로 마/침/내 오스카상을 거머쥔 Never Give up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왕이 되려는 자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처럼 남녀주연상의 주인공 정도 되려면 그저 그런 스페셜 땡큐로는 품위유지가 어렵다는 뜻이다. 2016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연을 소재로 한 <레버넌트>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언급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피카츄의 몬스터 볼과 동명이지만 동심 파괴 19금 영화인 <몬스터 볼>의 주연 '할리 베리'


 2001년 여우주연상의 주인공 ‘할리 베리’ 역시 모범사례로 꼽히는데- 너무 파격적인 소재라 출연을 망설였던 <몬스터 볼>로 아카데미 퀸 자리 차지와 무명 생활 청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그녀는, 제작진의 눈총 속에서도 역대급 분량의 소감문을 발표하며 유색인종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눈물로 호소하는 명장면을 남겼다. 묵직한 메시지 덕분에 두 배우의 수상소감은 수년,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듭 회자되는 것이리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오스카 주연상 수상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가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 사실. 올해 주연상 수상자인 윌 스미스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어떤 메신저 역할을 했을까. 일단 윌 스미스 얘기는... 아, 그만하자. 입 아프도록 말했으니.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메시지는 그녀의 연기력만큼이나 찬란하게 빛났다. 표제를 붙이자면, ‘Love our neighbor’ 정도?     


<타미 페이의 눈>에서 눈 역할을 맡은...  아니, 타미 페이 역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

 영화 <타미 페이의 눈>으로 영광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실존 인물인 타미 페이를 재연하기 위해 매 촬영마다 4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특수분장을 했다고 한다. 스틸 컷 몇 장만 봐도 <철의 여인> 속 ‘메릴 스트립’ 만큼이나 완벽한 싱크로율, 그리고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을 연상케 하는 눈 화장이 압권인 영화다. 짙은 눈 화장을 트레이드 마크 삼았던 주인공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았기에 제목 또한 <타미 페이의 눈>이라고.       


 몹시 직관적인 영화 제목에 비해 시놉시스는 심오하다. 2000년에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의 전설적인 전도사 부부의 흥망성쇠와 구원을 다루고 있는데- 제시카가 극영화 저작권 구매에서 제작까지 직접 관여하며 열정을 쏟은 작품이라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극장 대신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 아쉬움, 제시카의 무게감 있는 수상소감 메시지로 달래 보는 건 어떨까.      


Gorgeous의 대명사, 제시카 차스테인


“요즘 우리는 힘든 시기를 지나며       

 트라우마와 고립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외롭다고 느낄 거예요.       

 가장 높은 사망원인 중 하나가      

 자살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폭력, 증오, 잔혹한 범죄로     

 전 세계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타미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했는지   

 떠올려 봅니다.       

 타미의 연민을 원칙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역시 여왕의 품격, 품격의 여왕 제시카 차스테인이다. 그녀의 고품격 연기 세계에 대해서는 <미스 줄리>와 <미스 슬로운> 리뷰를 통해 3박 4일 분량으로 열변한 바 있다. 필자의 사심, 아니 팬심이 유난히 돋보였던 리뷰라 객관성을 잃은 면이 없잖아 있지만, 뭐 어떤가. 현재 할리우드 감독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명실상부 퀸 오브 퀸 제시카 차스테인인데 찬사를 아낄 필요 뭐 있으랴.      


 그녀의 고오급진 수상소감을 되새기다 보니, 원고를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 나도 중후한 메시지 하나 내놓을까 싶은데, 어떻게- 한 번 들어보시겠는가? 짧고 굵게 한 마디로 끝내보겠다.     



Live in peace -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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