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

화장실 텃새

by 서은

경위서 _62병동 서채은.

입사 후 첫 2~3일 동안 화장실을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갔습니다.

몸을 많이 쓰게 되면서 갈증도 생겼고, 긴장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박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화장실을 자주 간다고 하시며,

"빈뇨"라고 단정짓는 발언으로 의사처럼 병명을 내리셨고, 병원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화장실을 가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이후로는 화장실 갈 때 조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지적 이후, 저는 화장실을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을 때는 눈치를 보며 한가할 때 몰래 다녀오기도 했고,

그조차도 말하지 않고 갔다고 지적을 받았습니다.

결국 화장실을 갈 때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매번 허락을 구해야 했습니다.


박화 선생님은 간호사 선생님과 조무사 선생님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저를 빈뇨 환자처럼 몰아세우며 병원에 가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큰 수치심을 느꼈고, "빈뇨가 아닙니다. 저에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고

두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박화 선생님은 계속해서 저를 빈뇨환자로 몰아붙이며 병원에 가라고 했습니다.

단둘이 있을 때도,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저에게 빈뇨라고 말하며 수치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화장실을 가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화장실에 가도 손도 씻지 않고, 거울도 보지 않은 채, 최소한의 용무만 보고 30초 안에 서둘러

해결하려 했습니다.

최대한 화장실을 가는 것이 눈에 띄지 않도록 애를 썼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을 때만 말씀을 드리고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8월 23일, 저는 15분 일찍 출근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출근하자마자 일이 바빠서

결국 화장실을 가지 못한 채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업무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30분 경과 후,

박화 선생님께 "화장실 좀 빨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또 다시 "빈뇨"라며 화장실 너무 자주 간다고 면박을 주셨고,

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선생님 저 빈뇨 아니에요, 제발요.”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박화 선생님은 병원에 가라고 또 지적을 하셨습니다.


이는 제가 출근 후 처음 가는 화장실이었고,

15분이나 일찍 출근해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들어 너무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화장실을 어떻게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왜 저만 화장실을 갈 때마다 이런 모욕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괴로웠습니다.

오전에 두 번 가는 것이 정말 많은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며 화장실 문제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저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매번 죄책감을 느끼며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제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총 여섯 번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저를 면박 주셨던 일들은 저에게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같은 여성이면서 이런 부분을 약점으로 잡아 공격하시는 것이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박화 선생님께서는 생리적인 문제를 약점으로 삼아 저를 공격하셨습니다.

지적을 한 번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려 여섯 차례에 걸쳐 공공연하게 면박과 모욕을 주신 것은

신입 직원이 병원에 적응할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이며,

미미할지라도 회사내에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저와 같은 수모를 겪고도 잘 정착하신 직원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경위서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음에 이 자리에 오실 새로운 직원분들께서

이와 같은 불합리한 텃세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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