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상하지 않게

by 서은

오늘 아침 나는 306호 최○덕 님에게 화장실 불을 끄시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자주 켜놓고 다니시길래 이번엔 단호하게 “불 좀 끄시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로 최○덕 님께서 개인 칫솔과 치약을 잃어버린 줄 아셨다가

다시 화장실에서 찾으셨다고 하면서,

내가 불 끄라고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잃어버렸다고 역정을 내셨다.


나는 “왜 남 탓을 하시냐, 불 끄고 다니시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결국 서로 기분이 상한 채 대화가 끝났다.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내 단호함이 잔소리처럼 비쳤다.


퇴근길,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깨닫게 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의 일을 성찰했다.



최○덕 님은 평소 남의 말에 잘 끼어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며, 자기 말만 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 모습을 계속 접하다 보니

내 판단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더 날카로워지고 잔소리를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친절하게 잘 해드리려 노력했지만,

어쩌면 최○덕 님도 내가 보여온 단호한 태도와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말들에 감정이 쌓였을지도 모른다.



오늘 깊이 깨달았다.

화를 내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것을.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눈빛만 봐도 파악하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상대가 나에게 먼저 화를 내더라도,

나는 화를 내지 말자.

똑같이 화 내면 결국 나만 손해고,

나도 상대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


우리 병원 부장님처럼,

부드럽게, 좋게 좋게 대처하는 것이

결국 현명한 리더십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대처법이 겉으로 보기엔 우유부단해 보여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 보다 낫지 않을까.


앞으로는 화장실 소등 같은 사소한 일로 잔소리하지 말아야겠다.

불이 켜져 있으면 그냥 내가 가서 끄면 된다.

굳이 환자에게 “불 끄세요”라고 말하지 말자.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부드럽고 정중하게 전달하자.


내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상대의 마음을 읽고 존중하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함을 잃지 말자.

작은 일로도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부드러움과 배려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주변에 좋은 영향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난 반성하고 뉘우치며 환자분을 통해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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