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에
벌써 다 쓴 줄 알았다.
삐뚤빼뚤한 문장,
잉크 번진 고백들,
지워지지 않는 오점들.
그건 책이라기보다
쓰레기통에 던져진 초안 같았다.
다시 쓸 수 없는,
재활용 불가능한 인생.
그런데,
하나님이 내 책상 위에 오셨다.
아무 말 없이 내 찢어진 종이를 펼치시더니
그 위에 쓰셨다.
“첫 페이지.”
그 순간,
검은 잉크가 눈부신 빛으로 번졌다.
지워지지 않던 죄의 흔적이
은혜의 문장으로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쓰는 중이다.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는 이야기,
끝모를 현재진행형의 문장.
내 인생의 첫 페이지는,
하나님이 내 안에 오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