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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버린 시간

by 서은

나는 햇살이 되고 싶었다.

차갑게 언 마음도 녹일 수 있는.

당신의 어두운 음지에

조용히 스며들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팔십해 굳어온 화강암,

균열하나 허락하지 않는

단단한 돌이었다.


그곳은

고요한 울음의 집.

소리없는 통증이 벽에 스며 있는 곳 .

그러나 그 방 안엔

오직 당신의 아픔만 메아리쳤다.

당신의 세계에는

당신밖에 없었으니까.


팔십년,

그건 지혜가 아니라

독이 되어버린 슬픈 나이


나는 다만

당신이 불쌍했다.


돌아서는 길

나는 다짐했다.

저런 노년이 되지 않겠다고.


연탄불처럼 따뜻한 노년이 되겠다고..

사랑이 식은 재로 남지 않겠다고.


by 서은


p.s

어른답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버스 안에서, 병원에서, 일상 곳곳에서 어르신을 만난다.

그들은 소리를 지른다.

자신의 불편함만 외친다.

다른 이들은 없다 “나는 아프다.” “내가 힘들다.”는 말만 반복한다.


대화는 닫혀 있다.

배려는 사라졌다.

극단의 이기주의만 남아 있다.


그들은 8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어르신이라 불린다. 그러나 어른다움은 없다.

더 큰 목소리, 더 많은 불평만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동시에 불쌍하다.


그 나이에 성격을 고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나는 다짐했다.

절대로 저렇게 나이 들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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