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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공감능력

by 서은

그녀는

매일 아침 일곱 시에 온다.


걸레를 짜고,

물을 붓고,

바닥을 닦는다.


그러나

그녀가 닦는 건

바닥만이 아니다.


가끔

사람의 마음도 닦는다.


묵은 감정이

물 위로 떠오르면


그녀는

눈빛 하나,

짧은 고개 끄덕임 하나로

조용히 스며들어

닦아낸다.


걸레 한 번,

위로 한 번.


그녀는

마음의 응어리를 훔치며,

다시 숨쉬게 한다.




p.s

나는 나름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일하는 직장,

청소이모님의 공감능력을 겪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의 공감은 공감의 겉모습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모님이 글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어요.

당신이 건네준 따뜻한 공감 하나하나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똑똑한 척, 아는 척하며 살아온 내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가르쳐주셨어요.


앞으로 누군가 제게 마음을 털어놓을 때,

저도 이모님처럼 온전히 그 사람의 편에 서보려 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조언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함께 그 마음을 느껴보려고요.


작은 일상 속에서 가르침을 주시는 이모님 같은 분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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