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데, 이상하게 감동이야.
오늘 하루는
시들시들
가뭄에 메말라버린,
화단의 잡초 같았다.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던져본 말.
"여보, 조용히로 삼행시 한 번만 지어줘"
남편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아, 또 귀찮은 거 시키네 하는 표정)
입을 열었다.
“조, 조금만
용, 용기 내봐,
히, 희망이 보일 거야"
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니, 마음까지 번졌다.
이렇게 찌질한 타이밍에
이렇게 구닥다리 감성으로
이렇게 정확하게 내 영혼을 적시는 삼행시라니.
오늘만큼은
최고의 작가네
덕분에 시들던 내 화단에도
잔잔한 비가 내렸어.
그러니까 말이야,
오늘의 베스트셀러는
당신이 즉석에서 지어준 삼행시였어.
사실 그날은 좀 많이 힘든 날이었다.
직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고,
IV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어디선가 누군가는
내가 일을 못한다며,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데,
다 모이니까
숨이 턱 막혀왔다.
그냥 그래서..
장난스럽게 던져봤다.
"여보, 조용히로 삼행시 한 번만 지어줘~"
별 기대 없이.
그냥 분위기 전환삼아.
근데 남편이 지어준 삼행시.
엉성한데,
이상하게 감동이야.
하나님이 주신 위로 다음으로,
가장 따뜻했던
남편의 삼행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