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나의 시내산에서.
고요하고 쓸쓸한
밤의 정원
이 적막함이 나는 외롭지 않다.
낮의 소란이 물러가고,
사람들이 남긴 빈자리마다
달빛이 눕는다.
텅 빈 외래,
희미한 조명 아래,
잔잔한 찬양이 공기를 감싼다.
차트를 정리하며,
책장을 넘기며,
나는 문득
이 시간이 고독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쁘게 스쳐간 시간,
일상에 쫓기던 날들,
고요가 찾아와
혼자가 되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독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채워짐이라 했던가.
이 밤,
이 적막은
평화요, 감사요, 기도다.
정형외과 당직근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엔,
이 밤들이 낯설고 무서웠다.
텅빈 병원, 깊은 적막,
혼자라는 감각이 때론 외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고요함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찬양을 틀어놓고,
기도하고,
하나님과 대화하며 일하는 이 순간들이,
어느새 가장 귀한 시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모세를 가장 좋아한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홀로 하나님과 마주했던 그 시간을 상상하면,
가슴이 뛰고 부러웠다.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혼자 일하는 이 곳, 이 시간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시내산이 아닐까?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시간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다.
아마 두려워서,
이 적막한 밤의 근무를 피했겠지.
모두가 떠나간 자리,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나를 만나고,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은혜로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