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오늘 교회에서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렸다.
추수감사절은 한 해 동안 먹을 것, 입을 것, 일터, 가정, 건강…
삶 전체에 부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날이다.
교회에선 이 날을 맞아 예배드리고,
받은 은혜를 돌아보며,
가족, 이웃, 공동체와 함께 기도와 나눔을 실천한다.
https://youtu.be/7aHmIn3hsLA?si=WxX3tCr9MbgSNGqh
점심식사 후에,
추수감사절 예배와 행사가 이어졌다.
각 선교회마다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열 팀 넘게 참여했고 분위기도 뜨거웠다.
우리 팀은 우쿨렐레 연주와 실로암 찬양·율동을 준비했다.
1년 동안 우쿨렐레를 꾸준히 연습해 열매를 맺으신
선교 회원님들의 무대는 정말 멋졌다.
나는 우쿨렐레가 체질에 맞지 않아 시작도 안 했지만,
오늘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연습과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꼈다.
나는 찬양과 율동팀으로
1달 동안 준비하며 함께했고,
우리 팀은 2등 했고, 상금 25만 원도 받았다.
오늘 선교회 카톡방이 뜨거웠다.
사진과 영상이 쏟아지고,
"수고하셨어요!" "오늘 진짜 최고였어요!"
따뜻한 말들이 계속 올라오며,
여전히 무대 조명이 켜져 있는 것 같았다.
교회를 옮긴 지 곧 1년이 된다.
아직도 선교 모임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성도님들은 언제나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그럼에도 아직 분위기에 스며들지 못한 느낌이다.
어쩌면 시간이 더 필요해서일 테고,
어쩌면 내 성격 탓도 있겠지..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찬양하고 율동하고 예배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낯설어도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 하나.
재능 있는 분들이 참 많다.
배울 점도 많다.
하나님은 정말 다양하게 사람들을 쓰시는구나.
“나는 뭘 할 줄 알지?” 그런 생각도 잠시 했지만,
자기 비하가 아니라 그냥 담담한 자각이었다.
전에 다니던 교회의 추수감사절은 정말 화려했다.
마치 둑을 쌓듯 강대상 앞을 가득 채운 과일과 야채들.
그 위로 과일 바구니와 다양한 품종의 쌀포대들이
켜켜이 쌓여 마치 ‘풍요의 제단’ 같았다.
금은보화를 쌓아둔 것처럼 휘황찬란했고,
조명 아래 알록달록한 색감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생화로 만든 꽃꽂이는 2주에 한 번씩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이 교회의 추수감사절은 더 인상적이었다.
과일 바구니도, 꽃꽂이도 조화.
솔직히 처음엔 놀랐다.
추수감사 과일바구니가 모형인걸 보고.
1년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장식이 아니라 매 년 꺼내 쓰는 검소함을 느꼈다.
예배가 끝난 뒤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빵과 우유, 떡을 나눠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감동받았다.
화려하게 강대상을 꾸미는 데 돈을 쓰기보다,
예배하러 온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교회.
이런 교회는 처음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들은
화려하게 꾸민 추수감사 농산물을
교회 내부 사람들끼리만 나누어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모두가 함께 빵과 우유를 나누어 먹는 모습이
더 크게 내 마음을 울렸다.
돌아보니 이 교회에서 했던 모든 행사마다
감동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전도축제도, 걷기 대회도, 바자회도,
그리고 오늘 추수감사절도.
그동안 이 교회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검소함'이다.
대형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온기가 느껴진다.
처음 왔을 때 화장실 수압을 보고 놀랐다.
필요 이상으로 세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익숙했는데
정말 적절한 수압이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나오는 수압,
아껴 쓰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수압?
교회 시설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은 아니다.
지저분한 곳도 없고, 정돈되어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동시에 새 건물의 반짝임도 없다.
오래된 가구에서 은근히 풍기는 세월의 흔적 같은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반짝이지 않아서 더 편안하고, 더 진짜 같다.
예배의 본질을 잃지 않고, 중요한 곳에 마음을 쓰는 교회,
행사 때마다 그런 마음이 보이고,
그래서 ‘진짜 교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을 흐리지 않는 절제가 있는 교회라고 정의하고 싶다.
물론 세상에는 더 좋은 교회도 많고,
예수님의 향기가 스며 있는 교회도 많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교회들은
보수적이고, 끼리끼리 모이며,
심지어 목사님조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바꾸어버리는 곳들이었다.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지금 이 교회가 유난히 편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다니는 교회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