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이라는 선물
2025.11.30
어젯밤 근무 중 교통사고 환자분과 오해가 생겼다.
환자분께서 몇 일만 외박해도 되냐고 여쭤보셨다.
나는 야간 근무라 보험 관련 사항을 잘 몰라,
"낮 근무 선생님께 문의 하시면 된다" 고 안내해 드렸다.
그러자 환자분은,
"환자가 묻기 전에 병원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셨다.
평소에도 불만이 잦은 분이었기에,
출근하자마자 마주한 컴플레인 앞에서,
'뭘 어떻게 알아서 해줘야 한다는 건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나 역시 충분히 상냥하게 응대하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환자의 요구를 최대한 해결해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환자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신경쓰였다.
그래서 교통사고 환자의 외박 규정을 찾아보았다.
‘교통사고 환자의 외박은 입원 목적에 어긋나
치료비나 입원비 삭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환자분을 찾아가
확인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 드렸다.
처음엔 표정이 굳어 계셨지만,
대화를 이어가며 환자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낮 근무자에게 이미 외박 여부를 문의했으나
하루 종일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계셨고,
답답한 마음에
밤에 되어
다시 나에게 물어보셨던거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전후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컴플레인이 잦은 환자’라는 내 잣대로만 그분을 판단했다.
환자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후 사정도 모르고 오해했어요.
서운하셨다면 죄송해요.”
그 후 환자분도
외박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렸다.
이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내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대화를 건너뛴 채 오해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예전에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올랐다.
"오해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다."
정말 그랬다.
나는 말하고 나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편이다.
때론 이 예민함이 나를 자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 예민함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마음을 불편하게 하셔서 멈추게 하시고,
다시 돌아보게 하시니까.
난 매일 넘어지고 반성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자책은 이제 그만하자.
오늘 겪은 이 하루는
잘못을 꾸짖는 하루가 아니라,
방향을 바로 잡아준 하루다.
인생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만,
매번 돌아보고 고치는 과정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와도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건 분명 성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먼저 오해하지 말자.
오해가 생길 땐 피하지 말고 대화로 풀자.
결국 답은 대화다.
나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 성찰이 같은 실수로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