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소녀로 만든, 하얀 프레임의 기적
첫눈이 내리던 밤,
나는 여느 때처럼 3층 병동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던 중,
유리벽 너머 풍경이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 보여 잠시 의아했지만
바쁜 마음에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 한 환자분이 로비로 나오시며 말했다.
“눈이 많이 와요. 바빠도 잠깐만 보고가요”
유리벽 앞으로 다가섰을 때,
거대한 액자 안에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병실에 계시던 환자분들도 하나둘 로비로 모였고,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커다란 액자 앞에 나란히 섰다.
수북이 쌓인 눈, 끊임없이 내리는 눈송이들,
저녁 8시의 고요한 밤—그 프레임 앞에서
모두가 잠시 소녀가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아픔도, 현실의 소음도
하얀 눈 아래 고요히 묻히는 듯했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구나.
이 순간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눈은 낭만이 되기도, 불편함이 되기도 하겠지만,
며칠 전 그날 밤 내린 첫눈은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이 아름다움을, 이 짧은 평화를 기억하고 싶어서.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