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는 직업은 언제나 '헌신'과 '전문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불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고단한 현실이 있다.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지방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저자가
삼성병원에 입사해 미국 간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한국 병원의 척박한 조직 문화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신규 간호사 시절 겪어야 하는 '태움' 문화, 과중한 업무,
칼퇴근은 꿈도 꾸기 어려운 근무 환경,
인계 시간이 곧 혼나는 시간이 되어버리는 병동의 현실은
글로 읽어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매일 울며 출근하는 신규 간호사들의 모습과
실력과 상관없는 상하관계 조직 문화는
낯설지 않은, 우리나라 직장 생활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힘든 시기를 그저 원망으로 채우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금방 지나가는 관문이자 시련으로 여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업무를 확실히 익히는 것에 집중한다.
실수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인정하되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야단을 맞더라도 모르는 것은 반드시 물어봐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현실을 대하는 저자의 주도적인 태도다.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한국의 조직 문화를
한 개인의 힘으로 바꾸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기서 저자는 부조리한 현실을 그저 견디며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환경으로 스스로를 옮겨놓는 결단을 내린다.
그 목표가 바로 의사와 간호사가 상하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로 존중받는 미국의 의료 환경이었다.
미국 병원의 문화는 한국과 달랐다.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지시와 복종이 아닌,
전문성을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에 가까웠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고,
그 속에서 저자는 더 이상 위축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의료인이 되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단한 병원 생활 중에도
저자는 영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들이 말하는 화려한 스펙이나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목표와 가치에만 집중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단단한 내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어딜 가도 행복하지 않다"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성찰의 결과일 것이다.
저자의 도전은 간호사에만 머물지 않았다.
병원을 퇴사한 후 늦은 나이에 승무원 학원에 다니며
시험에 도전하기도 했다.
비록 결과는 낙방이었지만,
저자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실패마저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태도는
삶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 책은 단순히 '미국 간호사가 된 이야기'를 넘어,
스스로 삶의 방향키를 쥐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부조리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나 자신을 더 나은 환경에 데려다 놓겠다는 의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큰 위로와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나 역시 환경을 탓하며 멈춰 있기보다,
내가 원하는 자리로 나 자신을 옮겨 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꾸준히 준비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주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