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제도 개편에 따른 법적 검토와 실무적 접근
회사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평가제도를 편할 수 있을까?
기업의 인사(승진·평가·시험) 및 경영권(정원·직제 개편)과 관련된 사항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사용자의 재량권으로 평가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 (근로개선정책과-314, 2015.2.12)
그러나 평가제도의 변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평가제도가 임금 인상률과 연계되는 경우, 근로자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간주되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법원 2022.3.17. 선고 2020다219928 판결)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는 사용자의 재량권으로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례별로 ▲근로자 인식 ▲기존 제도의 운영 방식 ▲세부 제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A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5가지 평가 항목을 활용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고객 만족도와 협업을 추가하여 총 7개 항목으로 확대했다.
또한 평가 방식도 기존에는 정량적 점수 중심이었지만, 정성적 피드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평가 방식이 달라지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
이처럼 평가 기준이 일부 조정되거나 문항이 바뀌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근로자가 특정 평가 등급을 받을 권리는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평가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등급이 바뀌더라도 이를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는 어렵다.
B회사는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에 따라 연봉이 차등 인상되는 평가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근속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1호봉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일정한 급여 인상이 보장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연봉 인상률이 개인별 평가 등급(SABCD)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급여가 동결될 수도 있다.
- 불이익 변경이다
호봉제에서 평가연봉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근로자는 기존에 확정적으로 보장되던 급여 상승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낮은 평가등급을 받을 경우, 기존보다 급여가 더 적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C회사는 기존 3단계(A, B, C) 평가 등급 체계를 5단계(S, A, B, C, D)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상위 30%가 A등급을 받아 6%의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상위 10%만 S등급으로 구분되어 6%의 인상률을 적용받고, A등급은 그대로 상위 30%에 해당하지만 인상률이 5%로 낮아졌다.
- 불이익 변경이다
기존에는 상위 30%의 직원이 A등급을 받아 6%의 연봉 인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같은 성과를 내도 5%로 더 낮은 인상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존에 기대되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D회사는 기존 절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면서 평가 등급에 따른 연봉 인상률만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S등급을 받을 경우 B등급 인상률의 1.5배, A등급은 1.2배, C등급은 0.8배, D등급은 동결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새 제도에서는 S등급의 인상률 배수를 2배로 상향 조정하는 대신, C등급의 인상률을 0.5배로 낮췄다.
-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
이 경우, 기존 평가제도에서도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변동될 수 있었고, 특정 등급을 받을 권리가 확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에서 일부 인상률이 조정되었다고 해도, 이를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항상 근로자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다.
평가제도의 변경은 단순한 규정 수정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급여, 승진, 업무 동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기존에 기대할 수 있었던 급여 인상률이 낮아지거나 승진 기회가 축소된다고 느껴지는 경우, 근로자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변경할 경우, 일부 근로자들이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 법적으로 다투어 승소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신뢰가 깨지고 조직 내 갈등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반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동의한 제도라면 심리적으로도 변화에 적응하기 쉬워지고,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평가제도의 변경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안내를 철저히 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새로운 제도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안정성과 운영의 원활함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