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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더 많이 주려고 A등급 주는 건 안됩니다

인사평가와 보상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

by 넥서스

이제는 인사평가와 보상을 분리해야 합니다.


회사의 인사평가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드뭅니다. 평가를 하는 팀장이나 평가를 받는 팀원 모두 그 의미를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결국 평가가 끝난 뒤에 남는 것은 불만과 비교, 그리고 "이번에는 연봉이 몇 퍼센트나 오를까?"라는 계산뿐입니다.




인사팀에서는 늘 평가의 취지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댑니다. 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조직의 전략에 맞게 더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평가를 통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럴듯한 얘기지만, 직원들이 이에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근본적인 원인은 평가가 보상과 연결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업은 평가등급을 보상 차등의 근거로 활용해왔습니다. 직원들이 평가등급 자체에는 불만이 있더라도, 보상 차이는 수긍하도록 말이지요. A등급을 받는 사람은 자연스레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승진하고, 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문제는 보상이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것이거든요. 모든 사람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승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리자들은 평가점수를 줄 때 직원들을 서로 비교하게 됩니다. 신입사원은 낮은 등급을 받기 마련이고, 경력이 많고 중요한 직원일수록 자연스럽게 높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중간 레벨의 직원들은 팀의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적당한 점수를 받게 됩니다. 결국 평가가 개개인의 성장보다는, 한정된 보상을 나누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입니다.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보상이 평가에서 비롯되다 보니, 평가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발생시킵니다. 직원들도 평가가 결국 보상을 결정하기 위한 숫자 맞추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평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평가와 보상이 분리되어야 할 때입니다. 보상과 묶여 있는 한, 직원들에게 평가란 형식적이고 불공정한 절차로 느껴질 뿐입니다. 평가는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는 평가 대신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단순히 연말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업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높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일 따로, 평가 따로'가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과제가 하나 남습니다. 그렇다면 평가 없는 보상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할까요? 현재로서 완벽한 해답은 없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의 연봉 수준에 맞추거나, 조직장에게 연봉 결정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깊이 다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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