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원티드 하이파이브 中 세션 '토스 HRBP가 잘하는 이유' 후기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 글에 이어 다시 한번 토스의 HRBP(Human Resource Business Partner)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 지난번 글은 아래 참고
이번 글은 지난 5월 중순 원티드 하이파이브(High Five)에서 있었던 토스의 HRBP 세션이 주제다.
원티드 하이파이브는 국내외 IT 기업들이 최신 HR 트렌드를 공유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HR 컨퍼런스이다. 특히 올해는 HRBP가 컨퍼런스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다. 많은 기업들이 HRBP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토스도 HRBP를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토스는 높은 인재밀도와 고유의 일하는 문화로, HR 측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토스의 세션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청중들과 함께했다.
이번 토스 세션의 제목은 ‘토스 HRBP가 잘하는 이유’였다. 토스의 HR이 효과적이고, HRBP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작명이다.
토스의 HRBP는 ‘HR도 목적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토스는 ‘Spotify 모델’을 적용한 목적 중심의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 단위로 스쿼드(Squad)라고 불리는 작은 팀이 꾸려진다. 스쿼드에는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제품의 설계부터 출시까지 책임진다.
토스는 이러한 구조를 HR에도 적용하여, HR도 ‘기능 단위’가 아니라 ‘비즈니스 단위’로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보통 HR을 채용, 평가, 보상 등 기능별로 쪼개어 관리한다. 그러나 '기능 조직'은 빠르게 바뀌는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비즈니스팀이 고객과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듯이, HR 또한 담당조직과 구성원에 집중하는 목적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토스의 해답인 것이다.
이러한 운영기조에서 토스는 현재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 각 자회사 단위로 담당 HRBP가 배치돠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토스가 계속해서 Scale-up하면서 분기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질수록, 몇 명의 HRBP가 회사 전체를 온전히 커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자회사 내에서도 사업부 단위로 HRBP가 나뉘게 될 텐데, 그런 환경에서 HRBP가 비즈니스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을 가지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 토스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라면, 이 고민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부적으로 다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의 확장에 따라 토스의 HRBP 구조는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궁금해졌다.
토스 HRBP는 HR을 만들어나가는 PO(Product Owner)이다. PO가 제품을 만들듯이, HRBP도 조직과 직원경험을 설계해나간다.
토스 제품팀은 각 구성원은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로서,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책임과 권한을 갖고 빠르게 실행한다. DRI 구조의 중심에는 PO가 있다. PO는 담당 스쿼드의 작은 CEO로서 제품과 관련된 모든 일을 수행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또한 팀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스스로 효과적으로 결정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러한 일하는 방식을 HR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 토스의 HRBP다. PO가 제품에 대한 작은 CEO라면, 토스는 담당조직에 대한 작은 CHRO가 된다. 채용부터 온보딩, 평가, 보상, 리텐션, 오프보딩까지 직원경험의 전체 여정에 함께하며, 필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PO가 유저를 이해하듯, HRBP는 담당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HR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토스 HRBP가 PO처럼 일한다는 비유는 인상 깊지만, 그 ‘의사결정의 본질’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보고 싶다. 제품 PO의 결정은 보통 빠르게 실험하고, 필요시 되돌릴 수 있는 유형이 많다. 버튼 위치를 바꾸거나 알림 문구를 수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HR의 결정은 채용, 보상, 직책, 조직 개편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말한 Type1(되돌리기 어려운 결정)과 Type2(되돌릴 수 있는 결정)의 구분을 빌리자면, HRBP의 일은 Type1 의사결정의 연속인 셈이다. '민첩함'과 '신중함'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토스 HRBP가 계속해서 마주해야 할 고민이라 생각된다.
토스 HRBP의 또다른 특징은 CoE(Center of Excellence)와의 유기적인 협업이다.
HRBP를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은 CoE팀, 소위 ‘전사 HR 조직’을 별도로 둔다. 비즈니스 단위로만 HR을 운영한다면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토스도 마찬가지로 HRBP 외에 채용, 보상, 피플데이터, 컬쳐 등 전문 기능을 담당하는 CoE 팀이 별도로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CoE팀은 전사 정책을 수립하고, HRBP는 각 사업조직에서 이를 실행하는 역할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토스는 HRBP와 CoE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소개했다.
토스 HRBP는 마치 제품 조직의 PO처럼, 과제에 따라 필요한 CoE와 함께 스쿼드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타운홀을 기획할 땐 컬처팀의 컬처 에반젤리스트와, 채용 브랜딩이 필요할 땐 채용팀과 피플데이터팀과 함께 팀을 짠다, 보상 이슈가 생기면 보상팀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든다. 과제가 끝나면 이러한 임시팀은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기능간 경계를 넘나들며 애자일하게 협업하는 구조가, 토스 HR 조직의 진짜 모습이다. 단순히 제도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애자일 스쿼드를 리드하는 것이 HRBP가 일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협업 방식을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HRBP와 CoE 구성원의 커리어 경로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하는 궁금증이 뒤따랐다. HRBP는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Generalist로, CoE는 특정 영역의 Specialist로 성장하게 된다면, 일정 시점에서 둘의 커리어 경로가 교차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CoE 구성원이 일정 기간 HRBP 업무를 경험하거나, 반대로 HRBP가 특정 기능을 깊게 다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직무전환을 통해 HR의 전문성과 시야가 확장되고, 더욱 강한 HR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토스는 HRBP 구조를 통해 HR이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구조 속에서 토스 HRBP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