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나는 54세가 되었다

설명하지 않고 살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by juhee의 서랍

오늘은 2026년 1월 1일이다.
그리고 나는, 54세가 되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 삶을 굳이 설명하며 살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일을 해냈고, 피하거나 미루지 않으려 애썼다.
책임져야 할 자리를 지켰고, 그렇게 하루를 다음 날로 넘기며 살아왔다.

1992년 4월 3일,
스무 살 신입생 환영회에서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생이었고, 그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조소를 전공하던 타 대학 학생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가 33년을 함께 걷게 될 줄은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몇 해를 연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사람을 바라보던 나의 기준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성품을 먼저 보던 시선에서 이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게 되는 시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만남이 더는 의미 없게 느껴졌을 때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헤어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차분하고 신중하던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결혼해야지.”

그렇게 우리는
내가 스물여섯, 그가 스물여덟이던
1998년 3월 29일에 결혼했다.

지나고 보니 그날은 무수히 많은 선택들 중
내 삶의 첫 번째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