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선택 앞에 섰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스물여섯, 그가 스물여덟이던
1998년 3월 29일에 결혼했다.
지나고 보니
그날은 무수히 많은 선택들 중
내 삶의 첫 번째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혼 당시 남편은
수입이 없는 대학원 석사 1학기 차 학생이었고,
나는 33평 공간에서
일흔 명 남짓한 아이들을 가르치던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첫아이를 임신하며
나는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때는 그 선택이 옳은 일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당시의 나는 몸도 마음도
이미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다.
너무 많이 지쳐 있었기에
학원을 한 달 만에 정리하면서도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
다만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그때의 나는 돈의 소중함도,
일이 내 삶에서 차지하던 무게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돌아보면
그 무모한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싶다.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던 돈,
친구와 내기 당구를 치고 사 온
유난히 달고 맛있던 귤,
그래도 생활비가 모자라
현금서비스에 손을 대야 했던 날들까지.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하루하루는
힘들기보다 행복에 가까웠다.
첫아이가 태어난 지
90일쯤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그 감정은
불안이었고, 책임감이었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날의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는 걸.
다만 분명한 건,
그날의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