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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는 능력을 지닌 우리 엄마 2.

엄마 욕 2탄

by 알아차림

episode4.

출산예정일보다 일찍 양수가 터졌다.

병원에 도착해 가족분만실에 가서 진통을 오롯이 겪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신랑이 같이 가족분만실에서 있었는데 진통이란 것은 참 신기했다.

진통이 오면 엄청 아프다가도 또 진통이 사라지면 또 견딜만하다는 것이었다. 그 주기가 점차 줄어들긴 하지만....

진통 3시간쯤 지났을까? 엄마가 소식을 받고 급하게 올라와 문을 왈칵 열었다.

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는 나를 보며 앙칼지게 건넨 한마디


" 니 꼭 큰일 하는 것처럼 여기 떠~억 혼자 누워있네?"

sticker sticker

처음엔 정말 너무 당황하였지만 이제 세월이 지나서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딸이 아주 좋은 병원의 1인 가족분만실에 누워있으니 좋기도 하고

늦게 온 게 사돈 앞에서 약간 겸연쩍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을 거라고


결론은 24시간 진통만 하다가 수술했지만

우리 엄마의 그 한마디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당황? 겸염쩍음? 머쓱하고도 어색함과 무안함? 그 모든 것들이 할머니가 처음 된다는 두려움과 낯섬에서 나온 한마디였다고 생각한다.



episode5.


가끔 서울에 오시면 이것저것 사드리려고 노력한다.

한사코 필요 없다. 싫다 하지만 사드리면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도 좋아하는 걸 이제 알기에

내 형편에 맞는 한 해드리려고 노력하다.


자신의 기준에 너무 내가 많이 쓴 거 같았나 보다.


" 니 이래 등골 빼먹어서 어짜노?"


그냥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한다.

항상 자식에게는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여자 같다.


이 여자를 어쩌지 싶고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든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엄마가 살기 편해지니 변했다.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이 지나고 퇴직하고 손주손녀를 보더니 변했다

자꾸 안 하던 행동을 하고 말을 한다

살갑게 해 준 적 없던 여자가 자꾸 나에게 살가움을 요구한다

흡사 아라비아숫자도 안 가르쳐 준 선생이 미적분 문제를 풀라요구하는 것 같다.

엄마가 이제 나에게 머리곱창을 요구하는 걸 알면서도 모진 딸은 배운 대로 똑같이 말한다.

머리카락이 춥다하더나라고.......

살갑게 하고 싶은데 그게 참 안된다.

어렵다....

모녀관계가 아니라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동지애랄까.... 엄마를 사랑한다보다 앞서는 감정은 참 대단하고 존경한다이다.

엄마를 탓하지 않는다. 정말 엄마의 상황은 힘들었으니깐...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날 키웠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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