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by 리자

어제는 하루 종일 참여자 18명을 선발하는 일을 했다. 공익형 일자리와 달리 노인역량활용사업은 참여자들의 역량과 경험, 자격증이 중요하다.
내가 맡은 일자리는 거기에 더해 근무지 어르신들과의 소통 능력과 기본적 교수법이 요구된다.

50명 정도에게 전화를 걸어 3분에서 5분씩 통화하며 일자리를 설명하고, 면접 일정을 조율했다. 퇴근길 진이 다 빠졌다. 나는 말을 많이 하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도 3시간이 지나면 힘들어진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어제였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회복이 안 됐다는 걸 느꼈다.
새벽에 비가 계속 쏟아져 출근 걱정도 들고, 그 와중에 이상한 꿈을 꿨다.

꿈에 남편이 다른 여자랑 살고 있었고 자기 자식도 아닌 8살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분노하여 막말을 했다. "너가 사람이냐, 너 자식한테는 그렇게 했냐" 소리쳤다. 꿈에서 깬 후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 아침, 비가 잠잠해지는 틈을 타서 서둘러 출근했다. 바지를 정강이까지 접고, 비가 들어오지 않는 운동화를 신었다. 가장 큰 우산을 챙겼다. 100미터쯤 걸었을까. 갑자기 비가 엄청 쏟아진다.

비가 들어오지 않는 운동화는 세상에 없나 보다.
물은 다 들어오고, 마음은 더 가라앉고.
죄지은 일도 없는데 천둥소리에 놀란다.

가라앉은 감정을 끌어올려 보려고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무실 옆 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 분에게
카페라테 디카페인 원샷을 주문했다.
커피로 에너지를 얻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심지어 1.5샷... 아아~~~힘들다.
다시 만들어주겠다는 걸 그냥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차액이 있어 취소하고 다시 계산하는데
취소도 잘 안된다. 또 힘들다.
쉽지 않은 오전이다.


우울시계(아이유 feat. 종현)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이 몇 시지? 열한 시 반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 시계가 째깍째깍
우울하다 우울해 라면 왜 먹었지? 살찌겠네
비가 온다 비가 와 끈적거리게 자꾸 비가 와
잠이 온다 잠이 와 그냥 세상 만사 귀찮아

시간이 흐르면 가슴 찢어지던 이별도
시간이 흐르면 이불 걷어찰 어린 기억도
잊혀진다 잊혀져 그냥저냥 휙휙 지나 가
잊혀진다 잊혀져 그땐 그게 전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리 우울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씁쓸하다 씁쓸해 한약을 다려 마신 듯 씁쓸
우울하다 우울해 별 것도 아닌데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우울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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