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그

by 리자

2007년부터 책을 읽고 독서기록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쉽게 지치고 변덕스러워져서 일도, 사람도 쉽게 놓아버린다. 그런 내가 18년째 독서기록장만은 놓지 않았다.

일기장, 습작 시도 모두 버리고 남은 것은 독서기록장과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들뿐이다.
중간에 독서기록장을 버리려고 했지만 버려지지 않았다. 누군가처럼 수십 권의 기록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독서기록장 3권이 내 옆에서 오래도록
나를 지켜보며 응원해 준다.

얇은 공책 1권과 두꺼운 스프링 공책 2권. 이 3권에 나의 18년간 독서 이력이 들어있다. 첫 공책은 5년. 그보다 4배쯤 되는 다음 스프링 공책은 10년, 지금 쓰는 건 3년째이다. 공책을 바꾸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처음부터 독서노트를 작성했더라면 더 다양한 책을 읽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공책에 있는 독서기록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만난다. 내가 어떤 문장을 좋아하고, 무엇을 배우려고 했는지 다시 보게 된다. 또 과거에는 왜 그 문장이 좋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죽어서 남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못 되는데 나는 이것을 왜 끄적대며 쓰고 있을까? 아마도 나의 성장과 성찰, 그리고 세상을 넓고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펜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소 독서기록장을 쓸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없앨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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