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은 불교 용어로, "모든 사물의 현상은 때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연에도 때가 있으며, 그 인연이 엇나가기도 하고 다하면 자연스레 단절되기도 한다. 시절인연은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삶의 이치도 포함한다.
나에게도 시절인연으로 흘러간 사람들이 있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 20대 직장 생활을 함께 했던 친구와 선후배, 학교 친구들, 억지로 끝낸 인연들. 그중에는 특히 마음 아픈 인연도 있다.
한 친구는 만날 때마다 남편과 그의 가족을 욕하는 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친구와 만나 즐겁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매번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이어지며 만나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나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시절인연으로 놓아버렸다. 친구에게 상처 준 것을 알고 있지만 다한 인연에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인연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가?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없는 인연은 조용히 보내주기로 했다. 모든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보니 끝까지 가는 인연은 몇 안 되더라.
어떤 시절인연은 그냥 스쳐 지나가고, 어떤 인연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끝까지 가겠지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나의 냉정함에 진저리가 쳐지기도 한다.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스쳐가는 슬픔은 다하게 마련이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날아가 기쁨이 내일 돌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