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현-박시은 부부가 출산을 20여 일 앞두고 뱃속 아이를 잃었다고 한다. 두 번의 유산 끝에 얻은 소중한 아이를 잃은 슬픔.. 그 마음을 100% 공감해줄 수 없다는 게 미안해지는 기사다. 얼마나 힘들까.
기자 시절, 진태현 배우를 만난 적이 있다. 10년 전이었는데도 단정하고, 친절하고, 유머러스했던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 떨어뜨린 내 펜을 주워주며 환하게 웃어 보이던 그를 보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렬했다. 인터뷰를 위해 주어진 시간이 1시간뿐이라는 게 아쉬웠던 유일한 배우였다.
그 후로 한 번도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늘 마음으로 응원해왔다. 입양 소식을 들었을 때도 ‘진태현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박수를 보냈고, 유산 소식에는 함께 안타까워했고, 임신 소식을 들을 후로는 출산만을 기다리며 마음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뉴스가 더욱 마음이 아프다.
자식을 뱃속에 품는 순간 여자는 엄마가 된다. 건강하게 낳을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바르고 정직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정신을 무장한다. 어떤 모진 풍파가 와도 이 아이만큼은 지켜내겠노라고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다짐하고 다짐한다.
임신으로 급격히 체온이 올라가 한 겨울에 나시를 입고서도 땀을 흘리는 게 엄마고, 자기는 못 먹고 못 자고 못 씻어도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음식을 먹이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게 어미의 마음이다. 박시은 씨도 그랬을 거고, 나도 그랬다.
임신 16주쯤이었나. 기형아 검사에서 둘째 아이의 태아 목둘레가 다운증후군 위험 수치를 뛰어넘었다. 다운증후군을 확신하는 의사 앞에서 부풀어 오른 배를 까고 누웠다. 마취도 없이 젓가락만 한 바늘을 찔러 태아를 감싸고 있는 융모막을 채취했다. 들숨을 꾹 참았다. 아픈 줄도 몰랐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소요되는 그 일주일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맘 카페를 뒤져가며 나와 비슷한 사연을 뒤졌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애썼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가며 울고, 또 울고, 계속 울면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덤덤한 척하며 밥을 챙겨주던 남편 덕분이었던 것 같다. 사랑에 서툴고, 표현에는 더 서툰 남편이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을 숨긴 채 나를 웃겨주려 애쓰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래서 사람을 찰나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동물이라 하는가 보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남편이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울고 있다면 그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한 게 결혼 아닌가. 힘겨워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아이를 잃었다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을 박시은 씨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분명히 천사가 다시 찾아올 거라고, 그러니 어서 빨리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하고 싶다. 든든한 남편이 그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