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내 방 맞아요?
14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 후 기숙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4시에서 5시 사이였는데, 히드로 공항과 기숙사가 있는 지역까지는 약 30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버 기사가 길을 여러 번 헤매고 퇴근 시간까지 겹쳐 엄청난 교통 체증이 있었고, 결국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깜깜했다. 우버 기사에게 무거운 캐리어 2개를 모두 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하자 그는 “cheers"라고 답하였고 그 순간 내가 지금 영국에 있다는 것이 가장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꽤나 부푼 마음으로 룸키를 받기 위해 기숙사 리셉션으로 향했고, 스태프로 보이는 여성에게 룸키를 받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나에게 여러 서류를 요구했고, 나는 준비해 온 서류들을 모두 건넨 뒤 조용히 기다렸다.
그녀는 서류를 여러 번 확인하더니 내게 말했다. “너의 이름으로 계약돼 있는 기숙사 방이 없는데, 기숙사를 제대로 찾아온 게 맞아?” 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우버 목적지와 기숙사 주소가 일치하는 걸 몇 번이나 확인했고, 한국에서도 이미 기숙사 비용을 지불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생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채로 잘못된 건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리셉션으로 들어온 두 학생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였고, 그녀는 그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곧이어 순찰을 다녀온 듯한 남성 스태프가 들어와 내게 상황을 물은 후 서류를 다시 확인한 후 곧바로 룸키를 내게 건넸다. 어이가 없었지만, 키를 받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28인치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기숙사 건물로 향할 때, 나는 내 몸이 극도로 지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직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막상 방에 들어간 순간 머릿속을 스친 건 ‘오늘 여기서 정말 잘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바닥에서 두 마리의 거미가 재빠르게 구석으로 숨어들었고, 화장실 변기에는 누군가의 소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충격이 컸지만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는 변기 물을 내리고 거미를 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 파리 한 마리도 무서워하던 내가 낯선 나라에서 거미 두 마리를 아무렇지 않게 잡았다는 게 신기하다. 사람은 정말 혼자일 때 강해지는 걸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내 멘탈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나는 20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방 안을 멍하니 둘러보았다. 밖에서는 희미하게 다른 학생들의 말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밤인지 낮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지쳐있었다.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함께 주방을 쉐어하게 된 플랫메이트들이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였고, 더는 누구와 대화를 나눌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인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였고, 다음 날이 되어 공동 주방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