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잠잘 곳을 찾고 있다

기대했던 공간, 낯선 현실

by teal

나는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기숙사의 벌레 문제부터 곰팡이, 습기, 환기 불가 등 갖가지 문제를 겪어왔고, 이미 여러 차례 리셉션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기숙사 총괄팀에도 수차례 메일을 보냈었지만 그들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방 상태 점검을 요구한 끝에 유지보수팀에서 한 명이 내 방을 점검하기 위해 오긴 했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이라고는, 성의 없는 종이 한 장을 책상 위에 툭 던져두고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게 전부였다. 더 황당했던 건, 그가 내 방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는지, 변기 안에 소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거다.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당황스럽고 불쾌했지만, 이젠 이런 일쯤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무뎌진 나 자신을 느꼈다. 나는 친구의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며 매일 내 기숙사에 들려 상태를 확인한 후 증거 사진을 찍어 기숙사 총괄팀에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유지보수팀이 너의 방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기에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였고 나중에는 메일에 답장도 하지 않았다.



친구의 기숙사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가 될 뿐이었다. 심지어 이 친구의 기숙사도 내 기숙사와 비교해서 상황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종류의 피로가 있었다. 이 친구는 영국인 남학생과 둘이서 주방과 욕실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남학생이었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와도 물을 내리지 않았고, 설거지 거리도 싱크대에 그대로 쌓아두었다. 가끔 친구가 그 그릇들을 대신 씻어줄 때도 있었다. 게다가 이곳도 거미가 자주 출몰했고, 창문은 열 수 없었다. 창문 바로 앞에 거대한 덤불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벌레들이 계속 들어오는 탓이었다. 친구 역시 이 기숙사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우리는 둘 다 더는 이런 환경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새로운 플랫을 구하기에는 늦었고, 이미 기숙사 비용도 지불했기 때문에 이 기숙사에서 나가고 싶다고 쉽게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살기에는 너무나도 무리였다. 가끔은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도서관에 가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고, 식사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점점 나의 건강과 일상은 망가지고 있었다. 학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쳤을 때 나는 우연히 내가 사는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를 찾게 되었다. 이 에어비앤비는 내부 리모델링이 모두 끝나 사진으로 보기에도 너무 깨끗했으며, 도보로 2분 거리엔 대형 마트도 있었다. 나는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는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와서 지내도 괜찮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드디어 깨끗하고 따뜻한 집에서 살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기대감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희망이었고, 머릿속은 이미 새로운 방에서의 생활로 가득 찼다.


다음 날, 나는 이른 아침부터 짐을 싸서 그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그 집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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