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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달 Aug 19. 2021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급식에 나온 요거트시리얼을 먹으며 저마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밥도 싹싹 맛있게 긁어먹고는 후식으로 나온 요거트시리얼까지 두 개나 먹는 아이들도 있다. 자리를 정리하고 문간에 서서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우렁차게 외치고 하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울컥한다. 너희의 웃음과 호기심이, 귀여운 옷차림과 걸음걸이가 사무치게 아름다워 그런다. 


여러 단어를 읊조린다. 광복절, 백범 김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자유, 꿈, 아동, 삶. 그러다가 고개를 흔든다.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탓이다. 다른 나라 일에 왈가왈부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넓고 깊지 못하다. 다만,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평생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단 하나를 생각한다. 저 땅 위에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미군 수송기를 통해 부모의 품에 안겨 탈출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여자아이들의 등교를 율법학자가 정한다는 말에 심장이 저 바닥 끝에 가 닿는다.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의 삶이 정말 그들의 신이 원하던 모습인가.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나의 소원은.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 될 수 없다. 길가에 핀 꽃을 꺾는 자유는 자유가 될 수 없다. 누군가의 권리를 박탈하고 세워진 처참한 기둥은 하늘을 받칠 수 없다. 틀어막은 입으로는 물 한 방울 마실 수 없고, 닫힌 귀는 끝내 썩어 들어갈 것이다.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끝끝내 내린 결론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무엇보다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어느 삶의 구렁텅이에서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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