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

생각하는 그거 아니구요

by 밴뉴

번아웃이라고 해야할지;

Imposter syndrome (가면증후군이라고 번역하는 듯한데, 딱히 맘에 드는 표현은 아니다.) 이라고 해야할지; 이민자 스트레스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나태한 정신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 누구에게서 큰 위로와 토탁임을 받고 싶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나는 왜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지 못하는가? 나는 왜 스스로 채찍질 할 줄은 알아도 스스로 '괜찮아'하고 위로를 못 해줄까?


2년전부터 테니스에 빠져서 열심히 치고 있는데, 초반에 자세를 잡고 배울 때에는 내가 타고난 소질이 있나보다 할 정도로 잘 쳤다. 주는 공을 자세 잘 잡아서 잘 쳤었다. 그래서 꾀나 잘 친다고 생각하고 태능 선수촌으로 갔어야할거 괜히 인문계 고등학교로 잘못 진학을 한 것 아닌가 할 정도였으니 테니스에 대한 나의 사랑과 자신감은 깊어만 갔다.


그런데 작년 여름, USTA 리그에 들어간 이후부터 굉장히 헤메고 있다. 연습할 때는 잘 치는 것 같은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헛짓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점점 테니스에 대한 자신감도, 또 경기력도 떨어져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뭐 코코처럼이나 쳤는데 슬럼프인줄 알겠지만, 동네에서 할머니들 상대로 치는 리그이니, 하향조정된 상대평가로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나 자괴감에 빠지는게 사실은 굉장히 우스운 일이어야한다.


경기 이후에 친구와 경기에 대한 평가를 하다보면 느끼는 것이, 나는 내가 너무나 잘못 친 것에 집착을 하며 풀이 죽어 있고, 그 친구는 본인이 아주 잘 친 몇 번의 기회를 생각하며 "지렸다"라며 기뻐했다. 또, 나에게도 어떤 어떤 샷에서는 정말 쩔었다며 너무 멋있었다 추켜세워주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의 기분을 그나마 끌어올려준다.


근데 나는 왜 나를 스스로 추켜세우지 못하는가?


얼마 전 딸이 뭘 하다가 잘 안되니까 갑자기 "아 정말 내 자신이 싫다!"라며 머리를 벽에 쾅 박았다. 5살 짜리 애 입에서 나온 말이라 너무 충격이었는데, 더 충격인 것은, 나는 나름대로 이 아이에게만큼은 오은영 박사의 권고사항대로, 다른 아동 심리학자의 '설' 대로 칭찬과 감정조절을 가르키며 키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혼을 낼 때 하는 말들은 결국 그 아이의 훗날 자신이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혼잣말'이 된다고 했기에 "너는 왜 이것 밖에 못하니", "하여튼 너는...", 등등의 비난조로 하는 말들은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노력 많이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지? 또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아본다.


내가 저에게 해주는 말이나 가름침도 받고 있지만, 나머지 90%는 생각해보니 저는 나를 바라보며 배우는 것이다. 엄마가 엄마 스스로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지... 옆에서 본 대로 저도 하는 모양이다.


내가 애 앞에서 저렇게까지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보통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책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좀 자주 보지 않았나 반성을 해본다.


우리 아이에게 해주듯, 나도 나에게,

"그랬구나... 지금 네가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구나. 그렇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고, 실력과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야" 라고


나를 응원하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다.


그래야 지금 이 시기를... 또 올 여름에 올 테니스 리그 시즌을 잘 버티지 않겠는가? (누가 보면 선순줄 알겄네)


근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나를 바라보며 따라오는 우리 딸내미도 스스로를 닥달하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에게 칭찬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자라야 하기에 오늘도 나는 나 스스로를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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