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상상력과 나의 상상력

5세 상상력 더하기 40세 상상력 = 범죄수사대 에피소드

by 밴뉴

딸 아이 목욕을 시켜주고 몸을 말려주고 있었는데 딸이 말했다.


딸: "아, 내일 moose 를 얼른 타고 싶다!"

나: " 왠 moose? 크리스마스 때 보이는 그런 큰 사슴같은 동물?"

딸: "응, 근데 진짜는 아닌데, 우리 학교 숲 속에서 살아. 코스튬이지 진짜가 어떻게 살아."

나: "그 moose가 학교 행사 때 왔어?"

딸: "아니, 숲 속에 숨어서 지내는데, 학교 선생님한테 살짝 데려다 달라고 말하면 숲 속에 같이 갈 수 있게 데려다 줘서, 우리가 그 moose를 타고 놀아. 근데 moose 이름은 원래 파비오야. 그리고 숲 속에 숨어 지내는 곳이 있는데, 부모가 오면 자기가 숨는 곳을 부셔버리고 사라져버릴꺼라고 했어. 그래서 엄마한테는 이게 비밀이야. 그리고 파비오는 미트볼을 좋아한대!"


이쯤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 시작했다. 도대체 동물 코스튬을 입고 숲 속에 들어 앉아서 아이들이 오기릴 숨어서 기다린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미국에 소아성변태자들이 워낙 많고, 요새 세상이 워낙에 또 흉흉한지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갑자기 걱정어린 얼굴을 하고 다그치며 물었다가는 다시는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것이었기에, 정말 침착하지만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게속 질문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 "어머, 너무 재밌겠다. 근데 그 곳으로 데려다 주는 이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야?"

딸: "미스 켈리야! 우리 점심시간이랑 나가 노는 시간에 우리 봐주는 선생님이야!"


미스 켈리.. 만약 여자칙하면 이 선생을 잡아다 족치면 되겠구나. 물론 납치든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난 이후에 잡아 족쳐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 용의자 한 명은 확보해놨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갑자기 학교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다가는, 너무 일찍 꼬리를 잘르고 달아나 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분명 아이 한 명만 유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질문을 이어 나갔다.


나: "우와, 그럼 우리 딸래미만 특별히 그 선생님이랑 숲 속에 갈 수 있는거야? 다른 친구들도 이 파비오를 만난 적 있어?"

딸: "응, 우리 반에 Wren도 갔었어. 근데 여자애들 눈에만 보여!"


다행이도 그 Wren이라는 친구의 엄마랑 나랑은 서로 문자를 나눈 적이 있는 사이여서 바로 문자를 보내서 파비오라는 moose에 대해서 딸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갑자기 바쁘게 문자를 하는 나를 본 우리 딸은


딸: " 엄마! 근데 이 moose에 대한 이야기 문자로 절대로 하면 안되! 이건 비밀이란 말이야!"

나: " 아, 응 안 해! 다른 이야기 하고 있는거야"

딸: "나는 그 사람 집에도 가봤어!"


뭐.라.구? 아니... 학교가 인근 주변 집들로 둘러쌓인 아늑한 분위기이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짧은 시간에 그 사람 집에도 가봤다는건가? 그리고 그 와중에 Wren엄마에게도 총알같이 문자가 왔다. 혹시 상급생들 중에 그렇게 분장하고 온 애를 두고 그러는거 아닌지 물어봐라.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봐라. 등등


딸: " 그 사람은 키가 엄마보다도 크고, 뚱뚱해!"

나: " 파비오 집에는 어떻게 가 본거야?"

딸: "날라갔어!"


즤 아빠랑 맨날 슈퍼맨처럼 날라 다닌다고 양팔로 번쩍 안아 들고 집안을 휘젓듯 데려갔다는 것인가? 아니면 들쳐업고 날랐다는 것인가? 그런데 그 사람 집에 갔다 왔다면서 그래도 집에 다시 온 것을 보아 참 안심이면서도 도대체 이게 진짜란 말인가?


나: "딸, 너는 fiction이랑 real 차이를 알아? 엄마가 만약 회사에 유니콘을 타고 갔다고 말하면 그것은 fiction일까, real일까?"

딸: "fiction!"


아, 그래. 그래도 현실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구분은 가는구나... 그러면...

나: " 지금까지 해준 이야기는 fiction이야, real이야?"

딸: "Fiction"


....


그 말을 듣고도 사실 지금까지 휘몰아 달려온 나의 상상에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어서 재워야하는 딸아이를 붙잡아 두고 여러번 이런 질문 저런 질문을 해보았는데, 결국에는 어딘가 찜찜한 대답만 들은채 그렇게 밤을 보내야했다.


그 다음 날 아침, 학교를 안 보낼 작정으로 어떻게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Wren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파비오라는 moose는 애들이 학교에서 보는 비디오인데, 그 비디오 보면서 따라하는 운동이 있대. 그리고 숲 속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선생님들이 다 막고 지킨다는데?" 라고 하여 유투브에 찾아봤다.


화면 캡처 2025-05-09 161434.png


좀 징글맞은 캐릭터이긴 한데, 여기서 영감을 받은 우리 딸내미와

이 아래와 같이 상상력을 발휘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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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덩:: 하는 소리가 순간순간 들려오는듯한 그런 목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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