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서재엔 어떤 책들이 숨 쉬고 있나요
To make it Ex:pecial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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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종종 책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되려 왜 책을 읽으려 하느냐고 묻곤 하는데, 음식 취향이 다르듯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향의 문제를 떠나더라도,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독서가 아무런 양분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앞선다. 인생이 힘들어 무너지는 친구에게 다짜고짜 "니체가 말하길, 너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널 성장시킬 뿐이야"같은 소리를 해댈 순 없지 않은가.
책 추천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 내가 찾아낸 방식은 '경험을 말해주는 것'이다. 도를 넘은 아는 체도 피할 수 있을뿐더러,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하게 하는(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적절한 조언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단순한 모방보단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은 나의 이야기다.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의 나는,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탐구하고 싶어서’. 시공간을 초월해, 위대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글자 너머에서만 존재하는 그것들의 본질이 궁금했다.
자연히 철학적 사유의 시간들이 늘어났고 여러 위인들의 전기를 탐독하게 되었다. 그렇게 비즈니스로, 예술로, 정치로 관심을 뻗어나갔으며 '무엇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해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너무 많아 고르기가 난처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했다. 유일한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일기를 쓰던 중에, 뚜렷하고 명확한 삶의 목적이 생겨났다. 삶 전반에 걸쳐 표방해야 할 가치가 나타났다. 동시에 세상에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은 예전 같지 않았다. 삶이 송두리째 바뀐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내겐 어떠한 선택지도 없었다. 저주받은 에리시크톤 마냥 탐욕스럽게 지식들을 갈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배고픔이 메워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이리라(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점도!).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일들로 가득 찬 세상이다(정말로 바라건대, 평생 동안 이 여정이 끝나지 않길).
어떤가, 내 이야기가 숨 막힌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가슴 벅찬 떨림이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쩌면 별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좋다. 그저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수만 있다면, 그뿐이다.
어쩌다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를 접할 일이 생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였다. 문득, 시간이 없는 사람은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하면 될 일이지만 습관이 들지 않아서 독서가 어렵다는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혹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장을 공유하려 한다(되려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는 기대와 함께). 처음 집어 들었던 책부터 지금 읽어 나가는 책까지. 쭉 훑어보니 전기로 시작해서 경영, 경제, 인문, 철학, 과학, 예술까지 참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그 순간순간을 곱씹으며 다시 돌아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크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사람마다 쌓아온 커리어가 다르듯 내 책장도 나만의 취향대로 쌓여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나만의 책장’을 갖고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