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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Mar 04. 2022

아주 혼자 죽치고 앉아있네!

은행 창구에서 겪은 황당한 일


"걔는 이해가 안가."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그 사람은 잘못됐어. "

"걔는 이상한 애야"라는 의미라고 한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작가의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말이 나오려고 할 때 

다시 생각해본다고 한다.

내 관점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생각의 확장

상대방을 비난하려는 말인지 정말 물음인지..

누군가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가진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내가 요즘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3월 1일 한가로운 공휴일 아이들은 

늦어진 개학 탓에 더 늦장을 부리고 

뒹굴거리고 있었고

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있을 때

축가 영상을 보다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어져.

노래방 마이크를 꺼냈다.

"지민아 티브이로 노래 한곡 하자. 너도 할래?

"엄마 먼저 부를게." 


둘째가 한곡이 다 끝나지도 않았고

그나마 볼륨도 줄여 부른 발라드곡이 시끄럽다고 했다.


나는 노래를 마치고 

연달아 노래를 2곡째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짜증은 그때부터 폭발했다.


"듣기 싫어 죽겠는데 시끄럽게 그만하면 안 돼? 짜증 나! "

"승민아 엄마가 뭘 시끄럽게 해.

 오랜만에 엄마가 노래 부르고 싶어서 그러는데

듣기 싫음 네가 방에 들어가서 놀아."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내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발로 가구를 차며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죽겠는데!! 시끄럽다고!"

엄마 목소리 듣기 싫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말이다.

이쯤 되면 내가 엄청난 음치였던 건가? 하는 생각도 해볼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름 노래 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사람인데..

더욱이 아이가 시끄럽다고 하는 게 더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알 수 없는 저항이 생겼다.

너는 울어라! 나는 끝까지 부르련다.

결국 발라드 3곡을 부르고 나니

발로 쿵쿵 소리까지 내는 

공휴일 층간소음의 주범 

아이 덕분에 멈추자 싶었다.


"승민아 엄마한테 와봐. 도대체 왜 소리 지르고 

우는 것도 모자라 발까지 구르는 거야? 너 때문에 옆집들은 얼마나 시끄럽겠어!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뭐가 시끄럽다고 그렇게 울고불고 난린데!"


나의 화도 머리끝까지 올라가 터져 버렸다.

"엄마가 언제 네가 노래하는데 시끄럽다고 한적 있어? 어?

그리고 엄마 보고 같이 노래하자고 네가 그러더니 

왜 지금은 목소리 듣기 싫다고 시끄럽다고 하는데?

네가 더 시끄러워!! 어? 왜? 왜 그러는데!!

 온 동네 떠나가라 울고불고 진짜 창피하게!!"


엄마 지금 너무 화가 나니까. 너랑 떨어져 있어야겠어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들어온 아이

아이의 변명은 

"엄마 노래하는 거 진짜 듣기 싫으니까 앞으로 안 부르면 안 돼?"였다.

"도대체 엄마는 이해가 안 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다른 이유라고 생각했다.

"너 게임하고 티브이 보고 싶은데 

엄마가 티브이로 노래 불러서 짜증난 거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아니야 진짜 시끄러웠다고!"


"뭐가 시끄러워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네가 악지르고 우는 게 더 시끄러웠거든 지민아 맞지?"


"승민아 솔직히 말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네가 게임하고 싶은데 엄마가 노래하니까 싫었다고 하면 이해가 돼.

그런데 평상시에도 노래하는데 오늘 갑자기 그렇게 울 정도로 시끄러웠어?

"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에게 쏟아내고 나니 

남는 건 황당함과 불쾌한 감정뿐.

그리고 내키지는 않지만 아이와 화해를 위해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이제는 승민이가 시끄럽다고 하면 엄마가 노래 안 할게. 그럼 되지?"

"응 고마워. 엄마"


아이는 끝내 진실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내 관점의 진실 말이다.


아이와 실랑이하며 나는 도저히 이해 안 된다는 말만 수십 번 한 것 같다.

결국엔 "너는 이상한 아이야!" 

라는 말을 계속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진실을 말하면 나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하지 않는다면 너는 이상한 아이야.

결국은 그렇게 한 거다.


오로지 내 관점으로 말이다.


며칠 전 은행 창구에서 겪었던 황당했던 일

미루고 미루던 은행업무 청약해지와 정리

아이들 주식계좌 개설을 위해 은행을 향했다.

비대면으로 개설이 가능하다면 좋았겠지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대면 개설만 가능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적어도 1시간~1시간 반은 

걸린다는 후기에

마음먹고 찾았던 터다.


그렇게 은행 직원과 상담을 통해 계좌개설 진행했다.

점심시간이 걸린 시간이라 

창구에는 두 명의 직원만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40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


40대 후반? 50대 초반 정도? 여자분이 내가 앉은자리 뒤로 오더니 

창구 유리창에 비쳐 내 뒤통수를 지적하며 물었다.


"이 사람. 언제 끝나요?"

"예? 예?"

"아주 혼자 죽치고 앉아있네!"


황당했다. 나보다 더 놀란 건 창구 직원이었다.


"어머. 고객님 정말 죄송해요. 원래 업무가 시간이 걸리는 게 맞는데.."

"괜찮아요.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네요."

"저도 이런 적은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

직원이 사과할 일은 아니였다.


뭐지? 저 사람?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인 건가?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당황해서 나에게 연신 사과하는 직원에게

괜찮다 했지만 그 행동과 말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업무처리가 오래 걸리는 

계좌를 개설한게 잘못한거 라는건가?

계좌 개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내 나름 시간을 할애해서 지루하지만

수십 번의 싸인을 열심히 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할머니도 아니고 나이도 많지 않은 분이

가서 한마디 해야 하나?


별별 생각들이 스치고 언짢은 시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진짜 어이가 없네. 상대해봤자. 

기본도 안된 사람과 무슨 말을 하겠어.'


그렇게 계좌 개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나도 엇비슷한 생각을 했었을 때가 있었다.


은행업무를 보러 갔을 때

한참을 창구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상담하는 앞 순서의 

사람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속으로 욕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속으로 원망했고 

그 사람은 직접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엄청 급하고 바쁜 일이 있었을까?

예를 들면 병원 예약이나 빨리 가야 하는 업무?

그래서 짜증이 많이 났나? 감정조절이 안되나? 우울증?

관점을 달리하니 생각도 달라졌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의 관점이 다 맞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노란 색안경을 끼고

마치 세상이 모두 노란색인 양 행동하는 일이 많다.


안경을 벗고 상자 밖에서 바라보기.

상자 속 노란 세상이 어떻게 달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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