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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Apr 04. 2022

내가 그랬으니 너도 당해봐!

과거의 내 경험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

딸아이는 올해 4학년이 되었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건지

요즘 들어 말투도 표정도 불만 가득입니다.


그런 딸에게  부쩍 잔소리를 하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언제까지 핸드폰만 볼 거야?"

"숙제는 다 끝냈어?"

"넌 누나가 돼가지고 왜 그러니!

"동생은 너보다 4살이 어린데 너랑 똑같니?


자꾸만 아이의 행동 하나 말투 하나를

지적하고 마음에 안 들어하는 나.


그 안에는 내가 기대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남동생을 잘 돌보고 양보하고 챙겨주고

사랑해 주는 누나의 모습.

엄마ㆍ아빠 말을 잘 듣고 예쁘게 말하는 딸의 모습.

모두 딸이 원하는 건 없었습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데로 딸이 해주길 바랐습니다.


자꾸만 딸을 지적하는 이유는 뭘까?

과거의 내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뭐든지 엄마를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과거에 내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딸에게도 보입니다.


"엄마 나 좀 봐줘. 엄마 나 좀 도와줘."


밖에 나가서도 친구랑 놀다가도 나에게 와서 같이 놀자고 이야기하는 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친구 있는데 친구랑 놀지. 엄마한테 왜 와~가서 놀아!"

그러고는 친구 없이 따라 나온 남동생을 쫒아다니기 바빴습니다.


딸아이에 시선에 항상 있었을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내가 엄마에게 바라던 관심.

과거의 내 경험이 고스란히

 딸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딸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딸이 동생을 잘 돌보지 않는다며.

동생을 감싸고 화를 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7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 나는 어땠을까요?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나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누나였습니다.


동생이랑 놀아주고 밖에 나가면 보호자 역할을 해주고

항상 동생을 생각해주는 기특한 딸이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 온 가족이 동생의 탄생을 기뻐하며

당연히 딸아이도 행복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 50일쯤


이모가 딸아이에게 몰래 물었습니다.

"지민아 동생 예뻐? "

"아니  좀 짜증 나!"


솔직한 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동생이 생긴다는 건

어느 날 남편이  젊은 여자를 데려와

앞으로 같이 살 거라고 말하는 것

 같은 충격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딸아이는 그때부터 동생이 싫었을 겁니다.

아니 미웠겠지요.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뺏겼다고 생각했을 아이.


아이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누나라는 이유로

강요했던 내 생각들과 행동에 미안해집니다.


딸아이는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누나이고

동생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누나라는 것을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심 어린 사과도 하고 싶습니다.

 

첫아기로 나에게 와준 것에 고맙다고

누군가의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 아이.


세상에서 무엇과는 비교도 안될

행복감을 매일 선사해주던

나의 사랑스러운 첫 아이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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