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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Oct 05. 2022

8년 경단녀가 강사가 되기까지

내가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 가능성으로 변하는 우주의 법칙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이제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시간이 빠른 만큼 노화만 남은 몸도 하나 둘 이상신호를 보낸다.

아직 미혼인 친구는 지금 고민이다.


일을 그만두자니 영영 일을 할 수 없을까 봐 불안하다.

그냥 일을 하며 살자니 체력도 몸도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네가 지금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뭘 하고 싶은데?"

"그냥 이것저것 안 되는 이유 말고 그냥 생각해보는 거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친구는 얼마 되지 않아 말했다.


"음.. 북까페 하고 싶어. 내가 자격증이 없어서 커피 만드는 건 배워야 하지만 말이야."

"네가 책을 좋아하니까.  좋은 생각이다. 네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북까페 한쪽에서 향긋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친구 모습과

카페 한쪽에는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책장 가득한 책들 여유로운 음악까지 어우러진 공간이 그려진다.

"가능하지!! 그려진다 북까페 하는 너의 모습!"

"그런데 그건 그냥 꿈일 뿐이고.. 나는 내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지금 일은 그만두고 회계사무실이나 컴퓨터 다시 배워서 직장을 옮길까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꿈일 뿐일까?

15년 넘게 해왔던 일이 나한테 잘 안 맞는다면서도..

지금까지 그 일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생각하며 버텨왔지만

마흔을 앞두고  남은 건 저녁이면 쓰러지다시피 누워

아픈 팔에 파스를 붙이는 일이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꿈으로만 남겨야 할까?

첫째가 초등학교를 가고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유아어만 하느라 말하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평생교육과정에 대화와 스피치 기술이라는 수업을 신청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들과 수업을 들으며

내 삶을 돌아보는 10분 스피치도 해보고

각자의 삶을 나누다 보니 용기를 났다.

그리고 취업에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취업성공 패키지

경단녀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에 신청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에게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친정과 시댁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성은 제로였다.

현실이 그랬다. 할 수 있는 건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직업훈련도 아이가 아파서 한두 번 빠지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렇다 할 경력이나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결국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관심 있어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남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럼 자격증을 먼저 따야겠다 마음먹었고

2개의 국가 자격에 도전했다.

그렇게 청소년 관련 자격증과 상담 자격증 공부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친구의 제의가 들어왔다.


초중고등학교에 생명존중 강의. 자살예방 강의  강사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자살시도까지 했던 내가 자살예방 강의를 할 수 있다?

너무 좋았다. 딱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왔다.

강의 경험이 없어도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말하는 것 세일즈에는 자신 있었던 나는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연강의가 예정되어 있던 날.

오랜만에 화장하고 갖춰 입고

다른 때와는 다른 나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합격.

당장 투입해도 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고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뛸 듯이 기뻤다.

그렇게 무엇인가 하고자 마음먹고 자격증을 준비하자

기적같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강사 생활은 지금 4년 차에 접어들어

지금은 유스 라이프 멘토로 활동하며

다양한 강의분야에서 섭외받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경단녀로 살면서 뭔가 하고자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며 남편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바닥을 칠 때도

하는 거라고는 주변 엄마들을 만나서 수다 떨고 남편 욕을 하는 게 다였다.

그랬던 내가 뭔가 해보자 마음먹으니 기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많은 기회들은 나를 찾아왔었다.

그저 난 못해.

안돼!를 외치며. 도전하지 않았고 해보지 않았다.

지금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없다 생각하는 그 꿈이

정말 이루지 못할 일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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