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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두 번째 해외여행

치앙마이 가면 치약많이 쓰나?

by 비읍비읍

우리 가족에게는 2월이 의미가 깊다.


우선 2월 5일에 아내와 나는 "그래 오늘부터 1일이다!"라고 선언한 날이다. 사귀기로 한 첫날이랄까나

그리고 2월 10일은 나의 주민등록상 생일이다. 진짜 태어난 생일은 따로 있는데, 학교를 빨리 보내기 위해서 출생신고를 앞서있는 날로 했다나-

2월 12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리고 우리는 만난 지 딱 1년 만에 결혼식을 치렀는데, 그날은 바로 2월 27일이다.


만나기 시작한 날부터 각자가 태어난 날, 결혼식을 한 날까지 2월에 모두 몰려있으니 가장 중요한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아기의 생일도 2월이 되게 잘 조절(?)해서 모든 행사를 2월로 몰아넣자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나는 추울 때 따뜻한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늘 꿈꿔왔다.


내가 주도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건 취업 이후부터였다. 10년이라는 직장생활 중 앞선 6년 동안에는 겨울에 가~장 바쁜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일명 시즌-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었다. 동료들끼리는 왕좌의 게임 대사 'winter is coming'라는 말을 자조적으로 하곤 했었다. 거의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는 회사 외의 인생은 전혀 작동하질 않았으니, 1년을 살아도 9개월만 산것이오, 100세 인생이더라도 75살만 사는것과 같은 삶이었다. 따뜻한 나라로 놀러 가는 건 커녕 스키장도 가지 못했었다. 매년 설 연휴에도 회사에 출근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겨울에 여행도 가능하다.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마치 억압받았던 것처럼 느끼고 있어서인지 추울 때 따듯한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핏이 맞아 작년에는 아내와 보홀에 갔다.

보홀은 필리핀의 세부(cebu)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그런지 직항 노선이 있었고 해변과 맞닿아있는 (내 생각에는 아주 비싼) 리조트에서 지냈다. 그런데 아내의 체온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 불찰이 있었다. 나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좀 하면 몸에 열이 펄펄 나서 물이 약간은 차가워도 충분히 괜찮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리 따뜻한 날씨여도 물이 뜨끈한 물이 아니다 보니 금세 몸이 식는 것이었다. 동남아로 여행 가는 것의 묘미는 물놀이에도 있지만 굳이 물놀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동남아를 가지만 물놀이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야겠다! 가 이번 여행의 콘셉트이었다.

아내가 골라온 여행지 중 하나를 고르게 되었고 태국의 치앙마이를 가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태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베트남과 필리핀 정도 가봤던 것 같다. 그래서 구글 map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 머릿속의 국가 경계들과 한참 달랐다.

인도를 기준으로 잡아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방글라데시- 미얀마(버마) - 태국 - 라오스 - 베트남 순으로 국가들이 있다.


태국은 베트남만큼이나 길쭉~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치앙마이 / 남쪽은 방콕, 푸껫이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섬을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더랐다. 필리핀은 또 다른 지역에 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태국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2월 내에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와 숙소를 바로 예약했다.

나는 강철체력!일 거라 생각하고 현지에서 일요일 밤에 출발하여 한국에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월요일 하루는 좀비처럼 살면 되니까!하고 말이다.

숙소는 여러 곳을 탐방해 볼까- 싶기도 했지만, 한 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두고 어슬렁어슬렁 여행 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올드타운 정 중앙에 있는 부띠끄 호텔을 예약했다.


아내는 치앙마이를 다녀온 유투버들을 찾아보며 잔뜩 기대하고 정말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옆에서 보는 나는 오히려 너무 많은걸 유투버를 통해서 듣고/보고 가면 정작 현지에서 잘 못 즐기는 거 아닌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야 더 잘 보인다며 아내는 유투버들 pick 맛집들과 필수코스를 구글맵에 빼곡하게 저장하기 시작했다.


2월 19일 수요일부터 24일 월요일까지 따뜻한 나라, 태국 치앙마이로 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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